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중국 외교 안보 및 동북아 연구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중국 외교 안보 및 동북아 연구

2023년 7월 27일은 한국 전쟁이 멈춰선지 70주년이 되는 날로 남북한 모두 기념 행사를 가졌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주요 인사들을 평양에 직접 초청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일) 7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번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위해 중국은 리훙중(李鴻忠) 중앙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과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각각 평양을 공식 방문했다. 특히 북한은 과거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모두 평양으로 불러 북중, 북러관계뿐만 아니라 북중러 3자 연대를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 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 최고 책임자인 쇼이구 국방장관이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북러 군사안보관계 협력 확대와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주지하다시피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2012년 11월부터 국방장관을 역임한 이후 러시아군 대규모 증강 및 국방 현대화 개혁 등을 진두지휘하며 강한 러시아 부흥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 인사다. 이미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전쟁 등을 직접 담당하였으며 500일을 넘어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며 이끌어 나가고 있다. 러시아 주요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쇼이구 국방장관 취임 이후 러시아군 작전 능력, 조직, 전투력, 무기 현대화 등이 과거와 달리 급격히 향상되고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국민들로부터 지속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고 있어 매번 러시아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자리매김하고 있어 가장 영향력 높은 정치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2023년 6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흐무트 탈환에 성공해 대대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러시아 최대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 리더인 프리고진과의 충돌과 갈등이 불거졌으나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쇼이구 국방장관을 전폭 지지하고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러시아 군부 실세이자 가장 영향력 높은 정치인 쇼이구 국방장관의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행사 참석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시사하고 있다. 

이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쇼이구 국방장관 방북 3일 동안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동행하며 러시아와의 매우 긴밀하고 끈끈한 공조의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7월 27일 전승절 기념 행사에 앞서 열린 북한군 '무장 장비전시회-2023'에 쇼이구 국방장관은 김정은 위원장 안내를 받으며 북한이 개발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 화성-18형을 포함해 각종 신형 군사 장비들을 둘러봤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지휘하는 쇼이구 국방장관이 북한군이 보유한 각종 신형 군사 장비 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러시아군에 대한 원활한 무기 공급과 한미일 3국+나토(NATO) 안보협력 대응 차원에서 북러간 군사 무기 거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 및 재건 사업 등에 강력한 경고와 후속 대응 조치 등을 밝힌 바 있어 북러간 군사무기 거래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미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과 쇼이구 국방장관 회담을 보도하며 상호간 동지적 분위기에서 상호 관심되는 중요 대내외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으며 견해일치와 공동 전선을 이루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변모하면서 각종 무기와 탄약 등이 필요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군사 도움을 받고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정치,경제(식량과 에너지),군사-안보지지와 지원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한국, 일본, 서방 등으로부터 장기간 전방위적 제재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러시아로부터 정치와 경제(식량·에너지)안보 문제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를 받을 경우 안정적인 국가 운영과 발전이 가능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역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중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와 북한의 재래식 무기 지원 등이 이루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7월 25일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외정책 담당관은 푸틴 대통령이 오는 10월경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1회 일대일로(一帶一路)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가 야심차게 주도하는 일대일로 10주년 국제협력 정상포럼 행사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해 중러간 전략적 경제-안보 협력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상반기 중러 간 전체 교역 규모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41% 증가한 약 1146억 달러로 러시아의 대중 수출은 19%,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78%로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전년대비 약 45% 늘어난 약 1050만 톤(t)에 달해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최대치를 갱신했고 이어 2023년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리창(李強) 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간 회담에서 중러 무역-서비스 투자협력 가속화, 첨단 기술 협력, 농산물 수출 확대 등에 대한 각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중러 간 경제-무역투자 협력 범위와 수준을 크게 확대시켰다.

사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하에서 중국의 러시아 무기지원 시 대중 제재 가능성을 줄곧 제기하며 강한 압박과 견제를 하고 있으나 중러간 경제-교역 규모액의 급격한 증가로 서방의 지속적인 제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관되게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은 부인하나 경제-무역 교류는 확대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중러간 전략적 경제-안보 협력 구도 하에서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받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재래식 무기 등을 제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 상무 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치국 위원이 중국 고위급 당-정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친서에서 "지난 70년 전 중국 인민지원군과 북한 인민군은 함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를 통해 위대한 승리를 거두고 피로써 끊을 수 없는 전우애를 맺었다"고 밝히면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든 북중관계를 공고히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흔들리지 않은 확고한 방침"이라 밝혔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 친서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북한은 중국 인민지원군의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북중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며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역내 지역의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양국의 공동이익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리훙중 부위원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섯 차례 만나 북중 관계에 있어 새로운 역사적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중국은 북한과 함께 양국 최고 지도자들이 합의한 전략적 사안들을 함께 실천하고, 북중 관계의 우호적이고 안정된 발전을 촉진하며 한반도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적극 기여할 용의가 있다"면서 북중관계 협력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번 중국의 당-정 고위급 대표단을 살펴보면 시진핑 측근인 이홍중 전인대 상무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북중간 당 대 당 관계를 주관하는 대외연락부에서는 궈예저우(郭業州) 상무부부장, 국가 대 국가 관계를 맡는 외교부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 양국 국경을 마주한 랴오닝(遼寧)성은 진궈웨이(靳國衛) 부성장이 대표단에 동행하였다. 이들 모두 중국 당-정 기구 핵심 참모들로 오는 9월 9일 북한 정권 75주년과 9월 항저우 아시아 대회에 맞춰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전 논의뿐만 아니라 북중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하는 실질적 경제협력이 예상된다. 사실 북중관계는 북핵문제로 다소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2017년 9차 당 대회 이후 시 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 부장을 파견한 이후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 2019년 1월 방중에 이은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을 거치며 북중관계 혈맹이 완전히 복원됐다.   

사실상 이번 북한 전승절 70주년을 맞이해 개최된 대규모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한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대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 3국 주도의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더 이상 동참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며 북중러 3자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화시켜 나갈 경우 과거 냉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출현이 예상된다. 특히 북한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보여준 각종 신형 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주요 북한군 부대들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대표단들이 지켜보았다는 것은 북한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받쳐주고 있다는 정치-경제-안보적 함의를 의미한다. 아울러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직접 연설을 통해 "이제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됐으며 지금 이대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해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 행사가 미국과 한국에 한해서는 방위권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한미일 3국 안보협력과 나토의 역내 개입 가능성에 대해 직접 경고하며 북중러 3자 연대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향후 북중러 3자 연대에 대항하기 위해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와 대북 군사-제재 압박이 고조될 경우 북한의 7차 핵실험 혹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를 배제할 수 없으나 유엔(UN) 대북제재 결의안은 중국, 러시아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사실상 새로운 대내외 정책노선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푸틴과 시진핑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변화는 과거 중소 국경 분쟁 시기 불편했던 중러관계를 정리하고 국제질서 다극화와 국제관계 민주화 실현을 위해 21세기 중러 전략적 경제-안보 협력 본격화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미 중러 정상은 '새로운 시대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주권, 영토보존, 안보, 경제발전 등에 대해 상호 협력과 지지를 밝혔다. 사실상 중국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 SCO(상하이협력기구),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들과 정치-경제-안보 연대와 협력을 대폭 강화 시켜 나가는 중이다. 중러 양국은 유라시아 지역 서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 및 대만문제를 놓고 상호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보여주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CIS 연합체)국가들과 정치-경제-안보 협력 시너지 효과를 확대 시켜 나가기로 합의하고 있어 유라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북한 가입도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 역시 엄중한 국제질서 현실과 급격한 대변화가 예상되는 역내 정세에 대해 자의적이고 다분히 희망적인 분석과 인식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중장기 대외 전략 마련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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