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7-19 20:04 (금)
기사 (84건)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금실 좋기로 소문난 부부가 서울의 한 산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아내는 양손이 묶인 채 목이 졸려 사망했고 남편은 목을 맨 상태였다. 남편의 주머니에 용서를 구하는 유서가 들어있다.여기까지 보면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으로 보인다. 경찰은 부부의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남편은 자살이 맞았다. 아내도 목을 조른 교흔이 있었고, 양 손목에도 억압의 흔적으로 보이는 묶인 자국이 있어 타살로 보였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교흔의 흔적이 한 줄로 너무나 일정했으며 손목에 손수건을 대어 아프지 않게 한 점이 일반적이지 않았다.일반적으로 타인에 의한 목 조름에서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반항해 자국이 불규칙하며 근육의 출혈이 심하게 확인되지만, 아내의 목 자국은 일정한 깊이와 저항의 흔적이 없었다. 일반적인 교사의 경우보다 매우 적을 정도였다. 촉탁살인(囑託殺人)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목숨을 끊어 이를 영원히 증명할 수 없게 했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알고 보니 평생 성실했던 부부의 전 재산이 사업을 벌인 아들 때문에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빚을 지게 된 사연이 있었다. 이어 아내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부부는 아내의 상해보험 몇 개를 들고 몇 달 후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아들은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부모의 형편을 답답해하고 안쓰러워했다. 부모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며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21세기북스.2019)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일부 수정)자식 때문에 닥친 노년의 그림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끝까지 자식을 염려한 한 부부의 서글픈 죽음이다. 저자는 남편이 끝내 자살해 아내의 촉탁살인을 영영 증명할 수 없게 한 것도 자신들의 희생으로 자식의 행복을 지키려 했을 거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9-01-31 13:33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지음 | 지혜[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최근 인기 드라마에 책이 등장하며 발행일을 뛰어넘고 순위를 역주행하는 경우가 있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송혜교에게 선물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2015)가 대표적이다. 지난 일주일간 인터넷 주간 베스트 3위를 차지했다.사실 이 시집 부제는 ‘나태주 인터넷 시집’이다. 여러 시 가운데 인터넷의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만 모아서다. 그의 책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그러모아 엮었으니 독자에게도 시인에게도 남다를 터다.나 시인의 시는 간결함과 순수함이 특징이다. 수많은 이들이 시 <풀꽃>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도 평범한 것에도 싱그러움을 부여할 줄 아는 순수한 비유 때문이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1 전문)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2 전문)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풀꽃3 전문)tvN 드라마 <남자친구> 3회 차에 방영된 장면에서 박보검은 힘들어하는 송혜교에게 나 시인의 시집을 건네며 가장 좋아하는 시로 ‘그리움’을 지목했다.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드라마에서 이처럼 대사 시집이나 책의 한 대목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하나의 시어, 한 줄의 글이 마음에 전하는 저릿한 진동 때문일 것이다. 또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함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 영리함에 감탄을 보낸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9-01-07 14:55

<밥보다 일기> 서민 지음 | 책밥상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기록이 지닌 힘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기도 기록의 한 방편이라면 마크 트웨인의 여행일기는 재미와 생동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마크 트웨인이 이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피라미드를 오르는 고단함과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기록하지 않은 것은 모름지기 기억되지 않는 법이다. 다음은 <마크 트웨인의 여행기> 중 한 대목이다.“식탁 높이의 계단. 매우 많은 층. 우리의 팔을 잡고서 한 계단씩 위로 튀어가 우리를 잡아당기면서 매번 우리의 다리를 가슴 높이까지 빨리 들어 올려서 우리가 거의 기절할 때까지 들고 있으라고 강요하는 아랍인들. 피라미드를 오르는 일이 기분 좋거나 상쾌한 것이 아니라 몸을 찢고 근육을 긴장시키며 뼈를 비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고문하는 것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겠는가?나는 시종들에게 더 이상 내 관절을 조각조각 비틀지 말라고 애원했다. 나는 되풀이해 말하고 반복하고 심지어 꼭대기까지 가는 것에 있어서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지 않다며 그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그들은 팁을 요구하면서 10분 동안 나를 쉬게 하고서는 미친 듯이 피라미드 오르기를 계속한다. 그들은 다른 일행을 이기고 싶어 한다……. 그들은 언젠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이 사람들은 결코 회개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들의 이교를 결코 버리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평온해지고 기뻐져서 나는 정상에서 절뚝거리며 지친 채 잠잠히 있었지만 행복했다. 너무나 행복하고 평온했다.” <밥보다 일기>(책밥상.2018) 재인용.마크 트웨인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한 대목이다. 오르는 과정 묘사가 절절했던 만큼 “행복했다”는 한마디에 피라미드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광이 어땠을지 추측할 수 있다. 서민 교수가 신간 <밥보다 일기>(책밥상.2018)에 매일 쓰는 일기를 통해서도 글 쓰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며 소개한 여행 일기의 한 사례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8-11-01 16:34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지음 | 엄유정 그림 | 컬처그라퍼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여행을 가면 맛집과 핫스폿을 찾아다니기에 바쁘다. 돈 쓰며 떠나는 만큼 여행지 곳곳을 둘러보고 평소 맛볼 수 없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금세 휘발되고 마는 맛집과 핫스폿이라는 ‘명성’을 먹고 경험하는 것에 국한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다행스럽게도 <언젠가, 아마도>(컬처그라퍼.2018)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가 무엇인지 일러준다.“여행자라는 약한 존재가 되고 난 뒤에야 나는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히게 됐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는 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동네 주민에게는 산책만큼이나 쉽다. 그러므로 그 여행자에게 필요한 행운은 단 한 사람, 그 호텔의 위치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는 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가 약간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용의, 선뜻 도와주겠다는 용의. 여행지의 행운이란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 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행운도 마찬가지겠다. 인생 역시 말하자면, 여행 같은 거니까.”(작가의 말 중에서)김연수 작가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사람의 선의에 기대 법을 익히며 깨달았다. 선의에 기대는 여행지의 행운은 마치 두 사람이 만날 때 일어나는 불꽃 같다고도 덧붙였다. 한없이 가벼운 것들만 추구하는 이들에게 구식으로 보일지 몰라도 작가의 말이 따뜻한 이유는 아마도 SNS에 모든 경험을 인증하고 자랑하느라 놓치고 있는 아날로그적 만남이 주는 환희일 터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8-08-09 15:52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 유승하 그림 | 동아시아[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과연 어디일까. 부모라면 특히 더 고민되는 지점이다. 그런데 상당수 부모들은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키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그렇게 자랐지만 잘 컸지 않느냐는 논리에서다. 그런데 자식 체벌, 과연 정당할까. 체벌과 학대는 정말 동떨어져 있을까.이와 관련해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2017)에는 자식 체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적하는 대목이 나온다.“나는 선량한 많은 이들이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금을 매우 쉽게 긋는다는 걸 깨달았다. ‘정상가족’ 내에서 허용하는 체벌과 ‘비정상가족’에서나 일어나는 학대. 두 가지는 서로 다르고 섞이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마치 정상과 비정상이 매우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사고방식은 뭔가 좀 이상하다.여성에 대한 폭력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요즘 우리는 ‘성폭력은 나쁘지만 부부나 연인 사이에 다투다 보면 뺨 몇 대쯤 때릴 수 있지 뭐’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성희롱을 더 이상 직장 내에서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농담으로 간주하지 않고 성폭력에 포함시켜 금지한 게 한참 전의 일이다. 여전히 성희롱이 자주 일어나는 현실이기는 해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다들 하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을 정도로까지는 사회적 인식이 발전해오지 않았던가.”저자는 이어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다르다 지적한다. 학대는 나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리지 않고 키우기 어려우며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 체벌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2016년 국민 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가량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체벌해도 된다고 나타났다.이런 사고가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끝내 주검으로 발견된 ‘2016년 부천 학대·시신유기 사건’, 친부의 감금과 폭행에 시달리다 가스배관으로 탈출한 ‘2015년 11세 소녀 탈출사건’, ‘2013년 칠곡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발생시킨 건 아닐까.저자는 아이에 대한 체벌을 부모와 양육자가 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사회는 학대에 대해서도 민감성이 떨어진다고 꼬집는다. 특정 조건 하에서 체벌을 수용하는 사회에서 폭력이 더 높은 수위의 폭력으로 자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체벌과 학대 사이의 거리가 진정 존재하는지 묻는다.“체벌을 허용하는 태도와 학대 사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거리가 있긴 할까. 우리는 왜 체벌과 학대의 경계가 뚜렷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까? 어른을 때리면 폭행죄로 처벌받지만 가족 안에서 이루어진 체벌은 왜 괜찮다고 용인되는 것일까?”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8-05-28 20:02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엄마에게는 딸이 필요해” 흔히 하는 말이다. 이 한 문장에 깔린 의미를 셈해본 적이 있는지 자문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우리가 쉽게 내뱉는 저 말에 남편, 아들은 공감 못하는 예민한 감정의 덩어리들을 해소할 대상, 어쩌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받아낼 대상, 엄마에게 감정의 배수구 역할을 할 그런 존재를 말하는 건 아니었는가. 덜컥, 심장을 주저앉힌 소설 속 성인이 된 딸의 심경을 그린 대목이다.‘“나에게는 너뿐이야”라는 메시지를 유진은 오래도록 들어왔었다. 기억이 시작되는 다섯 살, 여섯 살 즈음부터 유진은 엄마 정순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낮잠을 자다 눈을 뜨면 자기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정순의 얼굴이 보였다. 울어서 눈이 부어 있을 때도 있었고, 울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가장 두려웠던 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정순의 구겨진 얼굴이었다. 조금만 마음의 방향을 틀면 엄마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유진은 생각했다.유진은 정순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노력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미있게 각색해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정순이 웃음을 터뜨리는 지점을 찾아내어 비슷한 말과 행동을 하기도 했다. 정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를 때 유진은 서늘한 안도감을 느꼈다. 언제부터였을까 정순이 유진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유진은 정순에게 들었다. 아무도 없을 때 할머니가 정순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아빠는 어떻게 정순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지 아빠와의 결혼이 그에게 어떤 고통을 줬는지에 대해서. 유진은 정순을 사랑했으므로 그녀가 겪은 고통에 언제나 마음이 찢기는 경험을 했다.(중략)내가 누구한테 말하겠니.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겠니. 정순을 그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졌던 그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진을 옥죄었다. (중략) 그녀는 스물여덟에 집을 나왔다. 엄마와 떨어져 산 이후로 유진은 만성 편두통을 더 이상 앓지 않았다. 잦은 급체도 멈췄고 손대면 멍이 든 것처럼 뻐근하던 명치끝의 통증도 사라졌다.’ <현남오빠에게>(다산책방.2017), 최은영 <당신의 평화> 중에서주인공 유진은 평생 할머니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아빠에게 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엄마의 유일한 친구이자 분신이다. 너무 어렸던 자신에게 감정의 짐을 나누어지게 한 엄마로부터 딸은 탈출하고 객관의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게 되는 장면이다.가부장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소설로 페미니즘 소설집에 실린 단편이다. 작가 최은영은 한쪽의 일방적인 굴종을 요구하고 오만 가지 방법으로 인간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방식으로는 어떤 인간도 해방될 수 없으며 굴종을 요구하는 인간마저도 마찬가지라 일갈한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7-11-24 15:39

[더 리포트=정미경 기자] 자주 아파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있다. 괜찮다고 하자니 사실이 아니고 여전히 아프다고 하자니 그 또한 선뜻 내키지 않는다. 약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기억될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로 유명한 일본의 근대 작가 나쓰메 소세키도 이런 고민에 싸여 지냈다. 그는 평생 동안 크고 작은 병에 시달렸는데 그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병은 다 나으셨습니까?” 하고 물어봤다.그는 자주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서 대답을 망설였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 줄 적당한 말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서다. 결국 그는 언제나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글쎄요, 그럭저럭 살아 있습니다.”이처럼 이상한 답변을 지속하던 어느 날 한 지인으로부터 “원래의 병이 계속되고 있는 거”라는 말을 듣고 "병은 아직 계속 중입니다”로 인사말을 바꿨다. 그리고 그 ‘계속’의 의미를 유럽의 대란 (제1차 세계대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저는 마치 독일이 연합군과 전쟁을 하는 것처럼 질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당신과 마주 앉을 수 있는 건 천하가 태평스러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참호 안으로 들어가 질병과 눈(眼)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몸은 난세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P.86)듣고 보면 재미있는 설명인 듯도 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과 같은 질병을 안고 사는 사람의 생활은 어떠할 것인가. 그는 생각한다.“결국 우리는 스스로 꿈결에 제조한 폭탄을 제각기 품에 안은 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하면서 걸어가는 건 아닐까. 다만 무엇을 그러안고 있는지 타인도 모르고 자신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한 거겠지.” (P.87)짧은 글을 통해 질병과 죽음, 인생의 의미까지 생각해 보게 한다.‘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수필‘이라는 부제가 붙은 <유리문 안에서>(민음사. 2016)에 수록된 글이다. 이 책에는 그의 작가 생활과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 병상 체험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에세이가 함께 수록돼 있다.

책속의 포스트잇 | 정미경 기자 | 2017-02-28 17:33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지난 25일 서울대 학생들이 고(故)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 관련 담당의였던 백선하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직업윤리에 어긋난 사망진단서 작성과 논란투성이인 사망진단서에 근거한 부검 영장 청구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다.계속되는 논란에도 요지부동인 백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의사의 소신이란 대체 무엇인지 반문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랄까. 그와 다르게 직업의식이 뚜렷한 의사에 대한 미담이 있다. 권위에 소신으로 맞선 수련의 이야기다.한 수술실, 환자 수술 마지막 봉합 단계에서 전문의와 수련의 간에 마찰이 있었다. 수련의는 대학 졸업 후 대형병원에서 수련의로서 실습하게 됐다. 게다가 그 병원 외과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의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게 된 참이다.그런데 수술 마지막 봉합 단계에 이르러 사용한 거즈 수와 수거한 거즈 수가 하나 모자란 것을 알았고 곧바로 전문의에게 수술부위를 다시 검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전문의는 수련의를 흘깃 쳐다보더니 들은 체도 안 하고 당장 봉합하라고 지시했다. 그렇지만 수련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의사 양심상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나머지 거즈 한 조각을 꼭 찾아야 합니다. 그게 이 환자를 책임지는 행동입니다.”수련의의 태도에 수술실 안의 다른 수련의와 간호사들은 속으로 조수의 앞날이 이제 끝이라 생각했다. 전문의의 권위에 맞선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테이블 없이 회의하라>(레드베어.2016)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다> 재인용)수련의는 어떻게 되었을까. 반전은 다음 대목이다. 전문의는 종전과는 태도를 바꿔 수련의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뒷짐 지고 있던 왼손을 들어 올려 보인 건 나머지 거즈 한 조각이었다. 제자로 삼을 수련의를 고르기 위한 시험이었던 것.책에 등장하는 미담이지만 전하는 의미는 크다. 권위에 짓눌리지 않은 이성적인 판단과 윤리적인 행동은 진정한 의사의 소신을 보여준다. 당장 직면한 상황을 회피하는 게 최선의 결정은 아니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10-28 13:56

[더 리포트=이수진 기자] 요리를 하려면 먼저 식재료 준비를 한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가 충분하면 일의 반은 준비된 셈. 정보는 어떻게 수집해야 할까.업무 속도를 극한까지 올리는 스피드 사고의 힘을 담은 <1등의 속도>(아카바 유지 지음.다산북스.2016)에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장소는 집이 좋다. 이유는 업무나 잡음 소음 없이 집중하고 읽을 수 있으므로 회사보다 몇 배가 효율적이다. 집이 어렵다면 출근 전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도 괜찮다. 꾸준히 하다보면 잠자기 전, 양치질 하듯 정보 수집이 습관화 된다.시간은 아침 30분, 저녁 30분씩 할애한다. 시간은 30분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눈에 띄는 대로 뉴스나 참고가 되는 기사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기 때문이다. 정보 홍수 속에서 그 시간 내에 중요한 것부터 흡수한다. 이렇게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을 익히다보면 업무속도는 향상된다.중요한 기사는 인쇄한다.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보다 인쇄하고 메모하고 테마별로 분류해 저장한다. 그러면 컴퓨터로 읽을 때보다 머릿 속에 잘 들어오고 작업하기도 쉽다.철학자 칸트는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매일 3시 30분이면 산책을 나섰다고 전해진다. 직장인들도 업무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만의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는 장소와 시간, 방법이 필요하다.  

책속의 포스트잇 | 이수진 기자 | 2016-10-14 11:47

[더 리포트=이수진 기자] 쓰기의 힘을 아는가. <1등의 속도>(아카바 유지 지음.다산북스.2016)에서 저자는 쓰기가 업무 속도를 높이데 효과적임을 강조했다.세계 최강의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를 대표하는 저자는 14년간 A4 용지에 메모하는 습관을 계속 실천했다. 그랬더니 머릿속의 고민과 생각, 불안감, 모호함을 없애고 업무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메모 쓰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A4 용지를 가로로 놓고 왼쪽 윗부분에 타이틀, 오른쪽 위에 날짜, 본문을 4~6줄 정도, 각 20~30자 정도 적는다. 한 페이지를 1분 안에 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에 총 10페이지를 적으면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된다."-101쪽책에 따르면 이처럼 매일 10분 '메모 쓰기'를 3주간 하면 두뇌회전이 빨라지고 일의 속도도 빨라진다. 더불어 자신감도 생겨 선순환이 시작된다.또한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게 되고 아이디어에 대해 스스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심화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잘 모르는 것에 관해 무엇을 조사하면 되는지, 누구에게 질문해야 할지, 질문할 수 있는 상대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 속도가 향상된다.책에는 이 밖에도 서류.자료의 신속한 작성부터 메일 정리, 논리적 회의, 효율 높은 커뮤니케이션 기술까지 업무의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비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속의 포스트잇 | 이수진 기자 | 2016-10-10 16:59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청년수당을 둘러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갈등은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서울시는 복지부와의 협의가 무산된 후 지난 3일 8월분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했고, 복지부는 이튿날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의 마음은 고마우나 청년수당이 '희망 고문'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예로부터 희망 고문은 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자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희망 고문은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전략 중 하나다. 왕궁의 사람들은 전략적 희망 고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람을 얻는 기술>(원앤원북스.2016)에 이와 관련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 실렸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결정권자들과 청년수당 논란을 바라보는 대중이 제대로 읽고 고민해야 할 내용이다.‘도금장이가 아닌 숭배자가 우상을 만들어낸다. 현명한 사람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감사해 하는 것보다 그들이 원하는 이가 되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사람을 희망의 밧줄로 묶는 것은 왕궁 사람들의 방식이고 사람들의 감사에 만족하는 것은 농부들의 방식이다. 후자는 전자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더 쉽게 지워진다.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보이는 정중함보다는 차라리 종속되기를 더 바란다. 갈증을 푼 사람은 곧바로 차라리 종속되기를 더 바란다. 갈증을 푼 사람은 곧바로 샘에서 등을 돌리고, 황금 접시에 담겨 있던 오렌지는 과즙을 다 짜내고 나면 시궁창에 버려지는 법이다. 종속이 끝나면 호의적인 태도도 곧바로 없어져서 존경심도 사라진다.그러므로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사람들이 희망을 유지하도록 하되 결코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말라. 왕관을 쓴 군주에게조차도 그 종속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불가피하게 이어지도록 만들라. 그러나 이것도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리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게 되어 결국 당신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 또 자신의 이익만 챙기느라 다른 사람에게 고칠 수 없는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된다’ (191쪽)스페인의 대철학자로 꼽히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충고다. 희망 고문의 본질과 인간의 속성, 그리고 충분한 합의와 정책 검토 없이 실행했을 때 일어날 결과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8-26 16:22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쓸 종이가 있고, 쓸 펜이 있고, 돈도 시간도 넉넉하다. 그런데 단 한가지 쓸 게 없다.'소재의 고갈은 글쟁이에겐 악몽이다. 1979년 대뷔 이후 꾸준히 작품을 내놓는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악몽의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쓸 것이 없을 때’ 구원투수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그는 재즈를 들으며 글의 리듬을 찾는데 이를테면 다양한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이미지, 언어를 소설이라는 용기에 넣어 입체적으로 조합해나간다. 주의할 점은 ‘설명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마치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요령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재즈의 리듬처럼 적확하고 견고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문장을 만들어나간 다음은 화음이다. 똑같이 여든여덟 개의 건반으로 피아노 연주를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화음을 내듯, 글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소재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더라도 거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하고 자신만의 언어와 문체로 화음을 만든다.마지막은 프리 임프로비제이션, 자유로운 즉흥연주다. 견고한 리듬과 화음 위에 자유롭게 음을 직조하는 방식이다.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은 음악을 연주하듯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반인은 어렵게 느껴질 터. 하루키를 추종한다면, 글이 안 써질 때 재즈를 들어볼 일이다. 아니면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음악이 글의 소재를 추전해줄지 모른다.  하루키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현대문학.2016)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8-01 13:05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조용하던 동네에 갑자기 분노가 넘쳐흐른다. 힘없는 자들은 목청을 높여 울분을 드러내지만, 되돌아오는 건 자신들의 메아리뿐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통보'라는 날벼락을 맞은 성주 군민들 이야기다.<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생각정거장.2016)에 따르면 사람이 느끼는 분노란 감정은 본래 나쁜 것이 아니다. 희로애락의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내면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감정이기도 하다.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분노는 생존본능을 일깨우는 감정 중 하나다. 성주 주민이 느끼는 분노는 분명한 문제를 느끼는 데서 기인한다. 사드는 단일요격 무기가 아니다. 배치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군사적 역할을 넘어서는 전략자산이다.군사적 전략을 모르는 일반인도 성주에 사드 배치가 된다면 이웃 국가들의 군사적 대응은 자명하다는 사실 정도는 읽는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기에 분노하는 것이다. 생존에 위협되는 일을 일방적 통보로 밀어붙이는데 어느 누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런데도 꼭 필요한 일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실행할 일이다.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를 지역이기주의로 모는 것만이 과연 답인지 재고해야 한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일축하며 억압시킨다 하여 본질적인 문제가 과연 해결될까.책의 저자도 분노란 감정은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억압시킨 분노는 반드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7-22 17:10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문이 열리기 무섭게 뉴타운 출근객들은 너도나도 티머니 단말기에 카드를 내밀고 변비 똥처럼 꾸역꾸역 밖으로 밀려 나왔다. 불쌍한 미스 티머니는 낭랑한 목소리로 앵무새처럼 지껄이기 바빴다”‘삑......삑...... 카드를 한 장만 대...... 이미 처리되었......삑......카드를 한 장만......삑’ (본문 중)에세이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민음사.2016)에 헬조선 소시민의 출근 풍경을 웃프게 그려낸 대목이다.만원 버스의 진풍경에 이어 저자는 한 아저씨와 이인삼각 경기를 하듯 몸을 맞대고 멈칫멈칫 문 쪽으로 전진하는 중이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비키세요!”라고 앙칼지게 소리친다. 순간 치미는 짜증. 웬 학생이 경멸하듯 쳐다보며 비키라고 소리친 것. 저자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이봐 학생. 그따위로 지껄이면 비켜주고 싶겠나.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그는 이 상황을 들어 공공장소의 암묵적 절차와 공식을 상기시킨다. 공공장소에서는 “실례합니다.”라는 쿠션용어를 쓰라는 것. 여기에 “고맙습니다”를 덧붙이면 문을 여닫듯이 합이 맞는다.아, 책 제목이 여기서 비롯됐구나. 무개념 구성원에게 던질 오늘의 명언으로 꼽을만하다. 왠지 더 입에 감기는 한 마디다.“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저자가 담아낸 장면처럼 현대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 소양이 상실되고 있다. 책은 소소한 일상 가운데 이처럼 문제적 요소를 길어 통통 튀는 견해를 더했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7-14 15:00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글쓰기는 노동이다. 첫 문장을 뽑아내기까지 몇 분에서 몇 시간 혹은 수일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마감이 있는 원고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써내야 한다. 특히 프리랜서라면 더 철저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간섭이 없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은 철저하게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노동 에세이 <미스윤의 알바일지>(미래의창.2016)의 저자가 내놓은 프리랜서의 정의와 비유는 탁월하다. 그녀는 14년 차 알바생이자 글 쓰는 프리랜서 마감 노동자다. 다음은 그가 전하는 프리랜서의 현실이다.“프리랜서는 자체적인 시너지를 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해지는 특징을 가진다. 출퇴근의 자유를 제외하고 그 어떤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 이상한 ‘상태’의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프리랜서의 삶이야말로 창조경제가 아닐 수 없다.” (229쪽) 일부 수정.저자의 주장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정의한 창조경제도 ‘국민 개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IT를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길고 길게 정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다음 일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프리랜서의 삶 자체가 창조경제가 아니고 무언가.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7-04 15:17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도발적인 제목이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자문이 아닐까.사람 싫은데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반갑지 않은 꽃가루 알레르기처럼 신체반응까지 동반된다면 당신은 ‘인간 알레르기’를 의심해야 한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동양북스.2016)의 저자는 알레르기라고 부르는 몸의 거부 반응을 인간이 다른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증상을 ‘인간 알레르기’로 명명했다.다음 10가지 항목 가운데 5개 이상이면 ‘인간 알레르기’를 의심해야 한다.1. 집단생활은 질색이다.2. 어떤 사람이 불편해서 회사나 동호회를 옮긴 적이 있다.3.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끝이 좋지 않았던 인간관계가 꽤 있다.4. 한 번 싫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싫다.5. 어떤 점이 싫으면 그 사람의 전부가 다 싫어진다.6. 사람들의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눈에 띈다.7. 내 옆에 있는 이 사람도 언젠가는 나를 배신할 거라 생각한다.8. 성공한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9. 사람들 앞에서 내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10. 나는 내 능력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책은 명쾌한 해답을 내주지는 않지만,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진단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인간 알레르기’ 혹시 당신도 앓고 있진 않은가. “한 번 싫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싫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당신, 원인은 상대가 아니라 내면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5-24 16:06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요양원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횡령, 구타, 사망 등 경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요양원에 입소해야 하는 노인, 부모 입장으로 말이다.<사랑해요 엄마>(마음의숲.2016)에 이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형식의 이야기다.“아들아, 기억나니? 처음 네가 나를 요양원에 가두었을 때 난 치매란 이름의 ‘정신없는 것들’하고 산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단다. 사실 내가 그런 환자인데 말이야. 그때 난 조금의 소동을 일으켰지.요양원 언니들이 내게 환자복을 입히고 파마한 내 머리에 가위를 대려고 했거든. 요양원에서 감히 가위를 대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목욕하고 머리 감기기 좋게 짧게 자르는 거라는데 유대인 수용소도 아니고… 흡사 여자 수인처럼 만들어놓았지 뭐냐 아무리 늙어도 난 여자거든.보기 흉한 건 둘째 치고 이건 도무지 내가 아니었어. 그러니 내 분노가 어떠했겠니. 난 한바탕 했지. 커튼을 찢고 간호사를 밀치고 머리를 쥐어뜯었지. 그리고 벽에 걸린 TV선을 잡아채 TV를 바닥에 내팽개쳤지. 브라운관의 유리가 박살나고 파편이 바닥에 튀었어. 장관이었다. 장관이었구말구.” (95쪽)요양원에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보호대상자를 그저 일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요양원의 구조적 문제도 분명하지만, 가족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 문제를 모두 가족 책임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의 해체로 버려지는 아이들, 학교 밖 위기의 아이들, 갈 곳 없는 노인들은 같은 맥락에서 풀어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심과 사회적 보호망이 절실하다.

책속의 포스트잇 | 박세리 기자 | 2016-05-19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