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선문대학교 교수
최용섭 선문대학교 교수

4차산업혁명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았지만 작년 말 OpenAI가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Chat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함으로써 전 세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월 사용자 1억 명 돌파는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30개월, 틱톡은 9개월이 소요됐기 때문에 이러한 가파른 사용자 증가는 전 세계인들이 그만큼 ChatGPT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서비스 대중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이다.

ChatGPT가 이끌어낸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쇄술 이후 최대 지적 혁명”이며 향후 전 세계적 패권을 누가 쥐느냐 역시 인공지능이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유발 하라리의 경우 ChatGPT는 매우 큰 쇼크였고 스토리텔링 능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반 대중에게 풀려나가는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른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생성형 인공지능은 어떠한 특징이 있는가? 물론 적지 않은 차이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특징을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주입하면 그것과 관련된 데이터만 제공해주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입력 트레이닝 데이터의 패턴과 구조를 학습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주입하지도 않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둘째, 생성형 인공지능은 두 개의 신경망이 서로 경쟁하면서 학습하는 방식인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즉, 한 신경망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다른 신경망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감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서로 반복하면서 두 신경망이 점차 발전하고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구별하기 어려운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벌써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동안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들이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묵도하다시피 오직 미국의 일부 기업들만이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많은 매체에서 지적하듯이 높은 투자비용에 기인하며, 현 상황에서는 ChatGPT를 만든 OpenAI와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지난 3월 Bard를 내놓은 구글(Google), 최근들어 막대한 자본을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META) 및 일론 머스크가 올해 설립한 xAI 등 소수의 기업만이 이 분야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의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다른 요인은 언어 문제이다. 예컨대, ChatGPT의 가장 최근 버전인 ChatGPT-4의 경우 현재까지 대략 3000억 개 단어와 5조 개 문서를 학습하고 시장에 나왔다. 그러한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는 영어 텍스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이는 비용 문제보다 더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연구자 역시도 다른 연구자와 학술 및 연구 교류를 위해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문 용어의 경우 신속하게 번역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언어 문제는 데이터의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비영어권 국가에게 매우 불리한 형국인 것이다.

특히 미국 일부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혁명은 인류에게 엄청난 이점과 기회를 제공하지만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력도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비영어권인 국가에게는 우려스러운 바가 적지 않다. 예컨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경제적 불평등 심화, 기술 격차, 국가안보의 위협 등 일반적인 부작용뿐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의 과정에 필요한 데이터 습득이 영어 기반이기 때문에 비서구, 비영어권인 국민들은 다양한 편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인공지능의 이용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막대한 투자비용 및 한국과 같은 비영어권 국가가 맞닥뜨릴 수 있는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 분야에서 한국은 비영어권인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을 통해 관련 문제 해결을 도모해 볼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정보 기술 분야의 강자로서 동아시아 지역의 상호 연결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공지능의 미래를 형성하고 동아시아를 인공지능 시대의 주축으로 만드는 지역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환경에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노력을 결집하고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축이 돼야 할 것이다.

첫째, 인공지능 데이터 공유 및 인프라 개발 - 인공지능 기술은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 간 데이터 인프라 및 공공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여 이를 통해 인공지능 연구 및 응용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기후 변화, 공공 보건, 도시 계획과 같은 공유된 도전 과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인공지능 교육 및 연구 협력 - 동아시아 각국은 공동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학자 및 학생 교환,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에서의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강력한 인공지능 인프라 및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셋째, 공동 인공지능 프로젝트 개발 - 동아시아 국가 간 공통 관심사 영역에서의 협력 연구, 합작기업 또는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공동으로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을 통해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리더로서의 위치를 강화할 수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공지능 시대 주역이 되도록 이바지할 수 있다.

인류 역사 발전이 생산력의 발전에 의해 추동된다는 견해에 따르면 지금의 신자유주의가 바뀔 수 있는 동인 역시 생산력이 관건이며 현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생산력 발전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커보인다. 한국이 새로운 시대에 번영을 구가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기 위해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 각계각층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국제협력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