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중국 외교 안보 및 동북아 연구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중국 외교 안보 및 동북아 연구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중 전략경쟁 격화와 중러 전략적 안보-경제협력 강화로 인해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다극화된 국제질서 도래와 민주화된 국제질서 구축은 어느 국가도 회피할 수 없는 새로운 국제질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기존 자유주의 질서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를 강조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의 달러 무기화에 따른 탈 달러화( De-dollarization)추세, 브릭스(BRCIS)국가들의 새로운 결제 화폐 공식화, 미국 경제 디폴트와 군사력 쇠퇴,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전략적 안보-경제협력 관계 구축, 중동질서 대변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다극화된 새로운 국제질서 도래는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 흐름과 추세로 볼 수 있다. 특히 유라시아 지역의 대다수 국가(중앙 아시아, 중동, 남아시아 등)들이 탈 달러화 추세와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발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새롭게 뭉치기 시작하였으며 상호 갈등과 대립이 아닌 경제발전과 상호 협력 등을 통해 기존 미국과 서방 중심의 질서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유라시아 지역 경제-안보 공동체를 본격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미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3기 지도부는 글로벌 발전 구상(GDI), 글로벌 안보 구상(GSI), 글로벌 문명 구상(GCI)을 연이어 발표하고 기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다극화된 국제질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5월 17일 중국은 중앙 아시아 5개국 정상(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정상을 시안(西安)으로 불러 모아 제1회 중국- 중앙 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앙 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확대, 주권과 영토보존 등 핵심이익 상호지지, 경제-무역-인적 교류 대폭 확대, 서방의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색깔 혁명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중국-중앙 아시아 운명 공동체 건설 구상을 밝히면서 유라시아 지역 공동체를 보다 구체화 시켜 나갈 것이라 밝혔다. 특히 5월 25일 시진핑 주석은 유라시아 경제공동체(EAEU) 화상회의에 참석하여 "중국은 유라시아 대가족의 일원으로 중국의 발전은 유라시아 지역과 절대 분리될 수 없고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과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각국이 단결 협력해 아시아와 유럽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줄곧 시작된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9월경 제1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최가 예상되며 중국은 일대일로 확대 차원에서 유라시아 국가들과 함께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의 기치를 들고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더욱 가속화시켜 나간다는 새로운 전략적 구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사실상 중국 주도 브릭스(BRICs)는 전 세계 인구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우디, 이란, 아르헨티나 등 20개 국가들이 브릭스 가입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23년 6월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 타운에서 개최된 브릭스 외교장관회의는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브릭스 정상회의 공식 의제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브릭스는 더욱 확대 될 것이며 그들의 정치-경제 협력 역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서방 주도 G7과 브릭스 GDP 총합 격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시진핑 3기 지도부는 百年大變局(백년만의 대변화)가 출현하고 있으며 국제질서의 다극화라는 역사적 대 흐름과 추세는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다. 향후 시진핑 지도부는 러시아와 긴밀한 전략적 안보-경제협력에 바탕을 두고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과 서구 중심의 단일 패권질서가 아닌 중국, 러시아, 브릭스(BRICS),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 중심의 새로운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을 본격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 3기 지도부의 대미정책은 과거와 달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며 언어적인 수사로 포장된 미중관계를 구축해 나가지 않을 것이며 실질적인 행동과 조치로 상호 수평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주요 미국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이중적인 미국의 대외정책, 브릭스(BRICS)와 중동 산유국들의 탈 달러화, 미국 경제위기와 군사력 쇠락 등 미국의 국제적 위신과 지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중국 역시 국제질서 대변화에 맞춰 과거와 다른 대미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 이후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모든 미국과의 소통과 대화 채널을 중단했다. 중국은 미국의 실질적인 정책 전환 조치가 없으면 미중관계 악화와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5월 27일 첫 미중 상무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강하게 비판하였으며 이에 대해 중국의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은 미국의 대중정책, 반도체 정책과 수출 규제, 해외자본투자 심사 등 과도한 대중 경제 보복에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어 2023년 6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다시금 맞부딪쳤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에게 회담을 제안하였으나 중국이 리상푸 부장을 제재 대상에서 풀지 않고 있는 이유로 거부하였다. 같은 기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군함, 전투기와 미군 구축함, 정찰기간 충돌 직전까지 가는 군사적 긴장과 대치가 전개되었다.    

이처럼 시진핑 3기 지도부는 미국의 대중 강경전략 및 디커플링(탈 동조화)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에 이어 브릭스(BRICS), SCO(상하이협력기구),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들과 정치-경제-안보 연대와 협력을 더욱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3기 지도부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을 개의치 않고 있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이 대미 정책 조취를 통해 미국과의 힘겨루기에 절대 밀리지 않고 중러 주도의 새로운 대미 전략 수립과 국제질서 다극화, 민주화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한편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외교를 내세우며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가속화하면서 한중관계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밝히며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상호 정치-이념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 대립각을 펼치는 중이다. 특히 6월 8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 면담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을 놓고 외교 결례 및 내정 간섭 문제로 확대되면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싱하이밍 대사를 조치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하였다. 이에 중국 외교부도 즉각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조치(招致)하여 싱하이밍 대사와 이재명 야당 대표가 교류한 것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엄중한 항의와 함께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제기하며 한중관계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것을 밝혔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시진핑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민주가치외교 강조,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본격화,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등에 대한 심각한 불만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다극화된 국제질서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한중관계 악화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를 매우 위험한 냉전적 대결과 충돌 구도로 이끌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방국가 일원인 독일, 프랑스 등이 다극화된 국제질서에 편승하며 미국과는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대미-대일 일변도 정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월 중국 방문 당시 “유럽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안보 위기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없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편승해 봉사하는 전략이 아닌, 보다 독립된 전략적 자주성에 입각한 대외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대중전략에서 탈피하여 자국의 이익 최대화를 모색해 나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미일 일변도 외교 정책은 국제질서 변화 추세에 전혀 부합하지도 않고 건강한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금년 5월 한국이 발표한 대중 무역 수지는 적자 폭이 급격이 늘어나고 있는 중으로 5월 2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수출액이 324억43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6.1% 줄었다. 무역적자만 43억400만 달러이며 연간 누계로는 벌써 295억48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총 무역적자가 477억8000억 달러였던 만큼 하반기 대반전이 없다면 다시 한 번 적자폭 경신이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주요 한반도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다극화된 국제질서 변화 추세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친미-친일 일변도 정책 차원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갈 경우 한중관계에 이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중패권경쟁 격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일부 서방 국가들을 제외한 전 세계 80%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미국과 일부 서방 국가들이 대중 경제압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으나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을 가진 중국과 가장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압박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가치 외교가 아닌 국익 중심 외교로 근본적인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을 포위하고(圍韓), 정치-외교적으로 한국을 고립시키고 괴롭히고(困韓),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窮韓)할 수 있는 새로운 한중관계 출현이 예상된다. 이미 중국은 윤석열 정부와 모든 소통채널과 접촉선을 정리해 나가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은 상당 기간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엄중한 미중관계 변화와 새로운 한중관계의 도전적 구도 하에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 중심의 친미-친일 일변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한중관계 발전과 개선은 쉽지 않아 국익 차원에서 과감한 대중정책 인식전환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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