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사회과학기초자료연구소 한혜진 연구원
경북대학교 사회과학기초자료연구소 한혜진 연구원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로 적극적인 대일외교를 해 온 윤석렬 정부는 셔틀외교의 복원과 동시에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1년 간의 평가는 현재 수많은 언론 매체들이 쏟아내는 혹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참담함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왜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되었을까. 무엇보다도 윤정권의 현재 일본 국내 정세에 대한 무지함과 국가 수장으로서의 진지한 외교전략 설계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정권 발족 전부터 대일외교에 과속하며 좌충우돌하는 그의 모습에서 불안함은 있었지만 모로 가더라도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한일관계 개선만 있으면 된다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6일 이뤄진 한일정상회담과 지난 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답방을 지켜보며 한국과 일본 각국은 오랫동안 서로 반목하고 단절한 채 국내외 환경에 많은 변화를 겪어오면서 과거보다 더한 간극에 놓여졌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됐다. 불안해진 안보 환경 탓에 한일 양국은 서로 필요에 의해 오늘날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채워지지 않은 반 잔의 물컵’이 말해주듯이 각 지도자는 그야말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다.

일본의 정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파벌정치 구조 속에 오랫동안 보수우익에 의해 장악돼 왔다. 필자로서는 그의 정치적 신념이 어떠한지는 모호해서 파악이 어려우나 이러한 보수 정치지도자들의 세력에 힘입어 자민당 총재가 된 기시다 총리는 현재 실질적인 자신의 독자 정책은 펼치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더구나 과거 비교적 온건보수파였던 기시다 총리는 당내 정쟁에 휘둘리며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또한 앞두고 있어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아베 전 총리보다 더한 총리라는 평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로 보수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며칠 전 미국의 타임지(紙)가 기시다 총리 사진을 표지로 장식하며 “기시다 총리는 수십 년에 걸친 평화주의를 버리고 일본을 진정한 군사대국으로 만들고자 한다”라고 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 또한 정권에 의해 컨트롤 되고 있어 자국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일 간 갈등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측의 전폭적인 양보와 한일 간의 셔틀외교가 재개되었음에도 일본이 한국이 기대하는 조처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의 태세와는 달리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완고하며 오히려 독도, 위안부, 오염수 방류, 역사 문제 등 한일 간의 모든 현안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윤석렬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은 일본 정부의 방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설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국가 철학과 정치지도자로서의 신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대일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어렵고 멀게 느껴지더라도 긴 호흡으로 일본과의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현재 양국이 계승하고자 하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또한 엄연히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국가 간의 협력은 이뤄지기 어려우며 해결되지 않은 역사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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