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범식 대만 국립가오슝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 / 한국연구센터 센터장.
하범식 대만 국립가오슝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 / 한국연구센터 센터장.

대만의 대선(2024년 1월 13일)이 8개월 앞으로 다가 왔다. 여당인 민진당은 부총통인 라인칭더(賴清德)를 차기 총통 후보로 공천(4월 12일)하며 일찌감치 대선 체제에 돌입하였다. 이에 반해 야당인 국민당은 6월에 징집(徵召) 방식으로 자당의 후보를 공천할 예정인데 공천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인사로는 대만 최대 도시 신베이시(新北市)의 시장인 허우유이(侯友宜)와 국민당 성향의 무소속 인사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대만 최대 전자기업)의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 대만은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대만은 2012년부터 중앙 공직자 선거(정·부통령 선거, 입법의원 선거)와 지방 공직자 선거 일자를 병합하여 격년으로 중앙선거와 지방선거를 하여 공직자를 선출한다. 대만의 중앙 공직자 선거는 지방 선거 13개월 후 열리고 있어서 지방선거는 중앙 정부와 집권당을 평가하는 중간선거로 역할을 하며 대선 앞둔 대만의 민심을 미리 알아 볼 수 있는 가늠자로 평가되고 있다.

대만의 정당체제는 양당체제로서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대만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이 번갈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며 집권하였다. 2022년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압승을 하였다.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국민당 소속의 신베이시장 허우유이가 민진당 소속의 부총통 라이칭더를 10% 차이로 앞서면서 대선 지지율 1위를 차지하였다. 이런 연유로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을 발판으로 국민당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관측이 되었다. 

그러나 대선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국민당의 허우유이, 국민당 성향인 무소속의 궈타이밍,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시장 역임)의 대선 지지율이 좁혀지면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지방선거가 주로 경제, 민생 등 주로 개인 삶의 질에 치중된 이슈를 쟁점으로 전개되는 반면 중앙선거, 특히 총통선거는 양안관계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대만 대선에서 주요 쟁점은 양안관계 개선 VS 탈중국 노선의 대결이다.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중국의 완강한 입장과 국제정치 현실에 직면해서 중국과의 협력이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대만의 안보 또한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민진당은 중국과의 과도한 밀착은 오히려 대만의 對중국 의존도만 심화 시켜 중국의 통일 당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민진당은 안보적으로 중국의 강경책에 대응하여 친미, 친일 노선을 걷고 있다. 

차이잉원 정부 출범이후,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압박과 단체관광을 제한하는 등 경제적 보복을 가하며 차이잉원 정부를 압박하였다. 경제적 압박은 대만의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양안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18년 12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양안관계 안정과 경제' 이슈로 선거를 주도하며 압승을 거두었다. 대만에서는 비록 경제적 필요성과 안보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교류와 양안관계의 안정을 바라지만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매우 강하고 양안통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중국의 일국양제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의 대만에 강경책을 실시하고 하나의 중국과 일국양제를 강조하면서 대만에는 반중정서가 심화되기 시작,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국민당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 문제와 일국양제에 대한 반발로 반중정서가 확산되면서 2020년 1월 총통에서 역대 선거 최다 표차로 참패하면서 정권교체에 실패하였다.  

대만의 탈중국 독자노선을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강경책과 하나의 중국, 양안통일과 일국양제 주장으로 대만의 반중정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며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각축과 양안 갈등의 심화 속에 총통선거에서 안보 이슈는 이전 선거보다 더욱 주요한 쟁점이 되었다. 라이칭더 민진당  총통 후보는 차이잉원의 '연미항중聯美抗中' 안보전략 노선 계승을 천명하였다. 이에 반해 국민당은 민진당을 찍으면 국민당을 찍으면 평화라는 '전쟁 vs 평화' 프레임으로 선거전을 이끌러가려고 한다. 그러나 두 진영 모두 선거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문제를 각기 가지고 있다. 즉 미중 전략 경쟁과 양안 갈등 심화에 따른 안보 불안과 대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중정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2018년 미중 전략 각축의 심화 이후 '연미항중' 전략으로 대만이 안보를 확보하려 하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양안 전쟁 발발 시 과연 미국이 대만을 지켜줄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같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친미(親美)를 하더라도 중국과 평화 관계를 유지, 혹은 친중(親中)을 하더라도 미국과 평화관계 유지 등 미국과 중국 모두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여 안보 리스크를 줄일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국민당은 중국의 일국양제, 양안통일, 군사훈련 등 이른바 '수사적 위협'과 '군사적 위협'(文攻武嚇)으로 반중정서가 대만인 사이에 두텁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이칭더 민진당 총통 후보는 국민당의 '전쟁 vs 평화' 프레임에 맞서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감당하기 힘든 글로벌적 재난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가 아닌 민주와 전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임을 주장하였다. 이를 통하여 국민당의 '전쟁 vs 평화'론의 확산을 저지하는 동시에 중국에 강경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민심을 확보하려고 한다. 국민당은 허우유이 신베이시 시장을 등판시키려 하고 있다. 허우유이는 역대 국민당 총통 후보와 비교하여 독특한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경찰 관료 출신으로 민진당 천수이뼨(陳水扁) 정부에서 경정서장(政經署長, 경찰청장에 해당)을 역임하였으며, 현 국민당 주석인 주리룬(朱立倫)이 신베이시 시장 재임 시기 부시장을 거쳐 2018년부터 신베이시장에 재임하고 있다. 허우유이시장은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고 평가 받고 있으며 '9·2공식'과 원전 재개 문제 등에 있어 국민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해 허우유이는 정치적 색채 없는 행정 전문가로서 중도 층에게서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 야권에서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당은 '親美, 和中'(미국과 친하고 중국과 화합하다)를 제기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무소속의 귀타이밍은 기업인으로 중국과 미국에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민중당의 커원저는 역시 중국과 미국에 등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당과 야권 후보의 외교안보의 입장은 미국과의 관계 유지 속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여 안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국민당을 이를 매개로 야권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 민진당과 1 대 1 구도로 선거전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 결국 민진당 후보에 맞서 야권에서 누가 후보로 선출되든지 건, 이번 대선 역시 양안관계를 둘러싸고 격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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