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값이 짜디짜다. 그 몸값 오름세가 가파르다고 한다. 오름세마저 심상치 않고, 이번에도 후쿠시마 영향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국내 소금값 급등은 2011년 3월 처음 들썩였다.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해일로 바닷물에 침수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직접 바다로 유출되면서 소금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당시 기상 악화로 인한 일조량까지 감소하면서 서해안 천일염 생산량이 줄면서 시세도 크게 올랐다.
지진 발생 후 4~5개월 지난 시점에서 발표된 같은 해 8월 소비자물가 동향조사 결과, 소금값은 1년 전보다 43%가량 치솟았고, 소금이 들어가야 하는 간장과 고추장, 된장도 젼년대비 20%동반 급등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1년에도 소금값은 크게 올랐다. 20㎏ 1포대 당 1만 원대에서 2만~3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가격 상승은 사재기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이후 생산지에서 천일염 값은 20㎏ 1포대에 해마다 7900원에서 6000원 대, 5000원 대에서 3000원 대까지 내려갔다. 천일염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공급량을 늘렸지만, 변화 무쌍한 날씨 등 일시적인 원인에 가격 변동이 크다보니 소비 확대를 막는 문제에 노출되기도 했다.
한 때 소금을 구하지 못한 일부 김치공장은 문을 닫았다. 천일염이 주 원료인 소금 가공업체나 절임배추공장들도 김장철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올해 천일염 값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20㎏ 1포대 기준 4월 첫 주 1만4119원에서 6월 첫 주 1만1807원으로 2개월 간 26.8% 급등했다.
한 천일염 유통 판매자는 ‘천일염 가격 상승’ 안내문을 내걸고 ‘물량 증가에 따른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올해 여름 장마가 길다는 소식까지 겹쳐 사재기를 부채질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천일염 값 오름세가 ‘날씨’ 때문인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천일염 국내 최대 생산지인 목포 인근지역 올해 강수일수는 22일로 평년(15.6일), 전년(8일)보다 많아 소금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양수산부는 밝히기도 했다.
올해 여름에 비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중간 판매업자들이 물량을 충분히 풀지 않은 것도 단기간 소금값 폭등 원인 중 하나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해수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지난 4월부터 매달 전국 10여 개 천일염 염전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6~7월부터는 방사능 검사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물줄기는, 특히 바닷물은 흐르고 흘러서 결국 제자리로 오기도 하고 5개 큰 바다로 흘러들기도 한다.
아무리 많은 양의 바닷물로 100배 이상으로 희석한다고 해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방류되는 순간부터 인근 해류를 타고 여기저기 바다로 번져가게 된다. 대륙이나 섬들은 각자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바닷물은 지역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 하나로 연결돼 있다보니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나 보다.
오염수를 여과, 희석 과정을 거쳐 방류한다고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천일염 값도 요동치는 게 아닐까. 물론 겪어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면 이 또한 금방 사그라 들겠지만 말이다.
관련기사
- [이주철의 세상만사] 묵직하게 느껴지는 '볼링 미학'
- [이주철의 세상만사] 흙은 묻어 없앴지만, 물은?
- [이주철의 세상만사] "독도, 너희 시대가 와도 올 수는 없을거야."
- [이주철의 세상만사] 지정학적으로 억세게 재수 없는 나라
- [이주철의 세상만사] "우리 쪽에서 '변했다'고 하면 과연 변해지는 것인가"
- [이주철의 세상만사] '발치의 추억'
- [이주철의 세상만사] "기청제라도···" 더 큰 비 피해 없기를 바라는 나약한 인간의 간절함
- [이주철의 세상만사] 공무원에게 '복지부동'이 필요할 때도 있다
- [이주철의 세상만사] '폭염 속 카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