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특히 날씨마저 궂으면 가족 단위로, 또는 친구나 연인끼리 찾는 곳 중에 하나가 볼링장이다. 실내에서 1게임당 5000원 안팎으로 별다른 기술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3~5㎏가량 볼을 들고 어프로치 끝에서 파울라인 앞까지 4.5m를 걸어가 들고 있던 볼을 떨구거나 굴리는 것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기름이 발라진 레인 위를 굴러가는 볼이 최대한 좋은 결과를 내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투구한 사람이 떨군 묵직한 볼이 굴러가 18m가량 레인 끝에 서있는 핀 10개 중 과연 몇 개가 쓰러질지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기 힘들다.

핀 10개가 한꺼번에 쓰러지는 ‘스트라이크’, 2개 이상의 핀들이 두 무리로 나뉘어 남아 스페어 처리하기 힘든 ‘스플릿’, 신중하게 굴렸지만 볼이 레인 밖으로 빠지는 ‘가터’나 파울라인을 밟아 0점 처리되거나, 만약 음료수 내기에서 상대방보다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희노애락’이 존재한다.

축구나 농구처럼 상대팀 구성원에게 가로막히거나 탁구나 배구처럼 상대방과 격한 신체 접촉이 없다. 심지어 스페어 핀을 처리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상대 선수를 격려해주는 신사적인 플레이 방식이 볼링의 또 다른 매력이다.

경기 수원시의 한 볼링센터에서 동호회원들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이주철 기자)
경기 수원시의 한 볼링센터에서 동호회원들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이주철 기자)

볼링에 대해 대개 0점부터 점수를 더해가는 종목으로 이해하고 있다. 스페어(/)를 한 번도 하지 못한 경우 최대 81점이고, 스트라이크(X)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고 9핀에 스페어(/)만 반복하면 최대 190점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점수를 더하는 것이 아닌 깎거나 빼서 실력 차이를 가늠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0프레임 마지막 투구 후 나오는 최종 결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말이다.

볼링에서 1명이 1게임당 최대 점수는 300점이다. 스트라이크 12번을 연속으로 기록해야 얻을 수 있는 ‘퍼펙트’ 점수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최대한이다. 태어나서 오늘 처음 볼링공을 손에 잡았을지라도, 태극기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도, 오랫동안 활동해온 프로볼러라도 누구나 300점을 기록할 수 있다.

첫 프레임부터 스트라이크가 나온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운이 좋아 스트라이크가 두세 번 더 이어진다면 ‘오늘 조금 (운이) 좋은데...’라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남은 스페어 핀을 깔끔하게 처리하는지 여부에 따라 최소 10점에서 최대 29점까지 투구자의 최대 점수에서 차감된다.

투구 마지막 동작에 엉뚱한 곳에 볼을 떨궜거나 굴렸다면 그 착오와 오판에 대한 결과는 고스란히 투구한 사람의 점수에 반영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접촉했거나 주변에서 잡음이 들렸다면 즉시 들고 있던 볼을 가지고 어프로치를 벗어났다가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투구 준비를 하면 된다.

그리고 주변에 하이스코어 볼러가 있다면 그 사람이 어프로치 위에서 걸음걸이, 투구 동작 등을 유심히 살펴보거나 아예 닮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내 실력과 점수도 동반 성장할 것이고 언젠가 그 하이스코어 볼러와 같은 테이블(두 레인이 붙어있는 형태)에서 실력을 겨루게 되는 날도 온다.

어쩌면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저 앞에 그렇게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았던 것 같다. 누구든지 300점 만점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착오와 오판으로 인해 감점을 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실력 좋은 롤 모델을 만난다거나 운 좋게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됐더라도 한 번쯤은 현재 상황과 주변을 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뜻하지 않은 스플릿이나 가터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이번 주 토요일 수원시체육회장배 3인조 볼링대회가 있다고 한다. 모처럼 직접 참가해보기로 했다. 함께 출전하는 동호회원들에게 폐 끼치지 않아야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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