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국내 가요를 뜻하는 K-Pop(케이 팝). 그래도 그 가운데 이 무렵을 대표하는 노래는 단연 가수 이용이 노래했던 '잇혀진 계절'이다.

계절이 가을인데다 마침 날짜도 10월 말이라서 가사에 나오는 '10월의 마지막 밤'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은커녕 TV 보는 것도 부모님 눈치를 봐야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라디오 듣기를 좋아했던 중고등학생 시절, 이 노래는 해마다 10월 하순 무렵에는 하루에도 적게는 대여섯번 들을 수 있었던 단골 신청곡이었다.

사랑하다가 10월의 마지막 밤을 끝으로 볼 수없게 된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노랫말은 이별을 예고하거나 통보도 없이 사라진 연인 때문에 더 아련하고 슬프게 와닿기도 한다.

원래 가수 조영남이 녹음까지 마쳤던 곡이었지만 계약 문제로 인해 가수 이용이 불러 발표하게 됐고, 이 때문에 가사도 '9월의 마지막 밤'에서 발매 시기에 맞춰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수정됐다는 내용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얘기다.

유명한 인기곡이다보니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불러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서정적이고 계절마다 불려지는 노래는 이젠 더 슬픈 노래가 됐다.

바로 1년 전 날짜(10월 31일)가 같은 '할로윈(Halloween) 데이'를 이틀 앞둔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거리 일대에서 일어난 참사 희생자를 달래는 추모곡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할로윈 축제 분위기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을 모여들었지만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당국의 안전 관리나 통제력은 부재했거나 턱 없이 부족하다보니 결국 사망자 159명(사고 이후 사망자 3명 포함), 경상 165명, 중상 31명으로 피해가 공식 집계됐다.

이는 1995년 삼품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서울에서 일어난 사고 중 최대 규모 인명 사고로 기록됐다.

사고로 인해 도로 상황마저 엉키면서 수많은 구급차 중에서 일부는 우선 이송해야 하는 부상자가 아닌 사망자를 먼저 이송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기도 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보니 참사 희생자들을 기려야 할 기간에 기억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보다는 분노와 갈등만 가득한 집회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가 터지고 나면 수습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있고 그러다가 서서히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는 과정이 반복돼 왔었다.

이러한 과정이 나아지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로 인한 사고, 참사는 앞으로도 일어나면 수습하고 잊히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그 해 10월의 마지막 밤에 일어난 아픔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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