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방제 비상 (연합뉴스)
빈대 방제 비상 (연합뉴스)

올해 가을은 실종됐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침 기온은 예년 기온에 비슷했다고 해도 낮 기온은 초여름보다 더 높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모기도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혔고 최근에는 반갑지 않은 '빈대'가 여기저기 출몰해 온 나라가 때아닌 빈대퇴치에 골몰하고 있다.

덕분에 일요일 이른 아침마다 하는 대청소 때 침구류에 쇼파, 발판까지 스팀 소독을 추가로 했다. 빈대 덕에 뽀송뽀송한 벼개를 배고 잘 수 있게 됐다.

이 땅의 토종 빈대는 1980년대 기승을 부리다가 자취를 감추며 절멸한 지 오래됐지만 최근 들어 출몰이 잦아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0월 유럽에서 비롯된 빈대 사태는 대한민국 인천 한 찜질방과 같은 달 19일 대구 한 대학 기숙사, 25일 서울 자치구 25곳 중 13개 구에서 방역에 나서는 등 난리다.

오죽하면 빈대 출몰지역을 알려주는 '빈대맵' 서비스까지 출시됐다. 뉴스기사와 시민 제보를 토대로 지역별로 빈대발생지역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합동대책본부 첫 긴급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제공)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합동대책본부 첫 긴급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제공)

정부에서도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로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퇴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살충제 내성이 예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기 때문이다.

1980년 당시 빈대들을 국가 정책으로 살포했던 DDT에 대부분 박멸됐다. 그 와중에 생존한 빈대들이 번식한 개체들은 그에 대한 내성까지 얻어 생존력도 수십배 키웠다고도 한다.

영어 이름인 베드 버그(Bed bug)에서 알 수 있듯이 침대에 숨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움직이고 피부가 연한 곳이다 싶으면  피가 잘 나오는 곳을 찾을 때까지 옮겨다니며 물어 뜯어 벌겋게 만드는 데 한나절 지나서부터 가려워 긁다보면 더 넓게 번지기도 한다.

지난달 말 아침에 일어나서야 오른쪽 팔에 벌건 반점 무리를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개미에 물린 줄 알았는데 최근 빈대 사태를 보면서 빈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에도 아침에 발견하고 그날 오후부터 간지럽기 시작해 저녁부터 긁기 시작해 쉽게 잠들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사람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몰려드는 빈대 특성을 이용한 빈대퇴치수단을 연구하고  있는 구제업체들이나 일부 스타트업도 있을 정도다.

규조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돌가루가 많이 발생해 호흡기로 들이마실 경우 빈대보다 사람이 먼저 건강을 잃을 수 있으니, 옷이나 가방 등은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고 몸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씻어내는 방법이 좋다.

빈대 (질병관리청 제공)
빈대 (질병관리청 제공)

여기에 코로나 때처럼 가짜 퇴치법도 빠르게 퍼지고 있어 주인공인 빈대만큼 주의해야 할 지경이다. 빈대가 바퀴벌레를 싫어해 피하는 것을 사실이지만, 바퀴벌레가 빈대를 잡아먹긴 하지만 빈대보다 비위생적인 바퀴벌레를 적극적인 퇴치 방법이라고 할 순 없다.

빈대를 잡겠다고 살충제를 마구 뿌리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면서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 격'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빈대가 보였다고 해서 마냥 환하게 조명을 켜두지 말자. 오히려 더 습하고 어두운 곳으로 숨어 번식력만 키울 수 있으니. 전문가들은 그럴 때에는 헤어드라이기나 스팀 청소기로 뜨거운 열기를 쐬는 방법으로 퇴치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평일에 힘들면 주말마다 침구류를 열기로 관리하도록 해보자. 휴일을 정리하고 월요일로 향하는 밤엔 뽀송뽀송한 벼개와 이불에 몸을 맡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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