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선유도 일원 (사진=신정일 기자)
군산 선유도 일원 (사진=신정일 기자)

명승으로 지정된 선유도 망주봉

옛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게 되면 어떤 흥취(興趣)를 느끼고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

조선의 빼어난 문장가였던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은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주저앉아서 통곡을 하였다. 박연폭포. 황진이와 더불어 송도삼절의 한 사람이었던 조선의 대학자인 화담 서경덕(徐敬德)은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황진이의 무덤에 가서 시 한수를 읊어서 벼슬을 잃었던 백호 임제(林悌)는 주저앉아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서양의 지식인들은 어떠했을까? 독일의 문호인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어느 순간을 보고

멈추어라, 너는 정말로 아름답다!

라고 외친다면 그때에는 네가 나를 결박해도 좋다

나는 기꺼이 열반의 길을 걸어가겠다.

그 때에는 조종(弔鐘)을 올려도 좋다“

괴테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순간이 곧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과 같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파우스트>에서 린쎄우스를 통해서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내 마음에 드는 구나.” 라고 말하며 아름다움을 찬탄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쌓인 분노를 해소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군산 선유도 망주봉 (사진=신정일 기자)
군산 선유도 망주봉 (사진=신정일 기자)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에 있는 망주봉 일원이 그런 곳이다. 선유도(仙遊島)는 군산 앞바다에 있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63개 섬 중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다워 신선이 놀던 곳이라 하여 부르게 된 이름이며, 망주봉(望主峰, 152m)은 이곳에 유배를 온 선비가 바위산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한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오는데, 선유도 망주봉 일원이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은 2018년 6월 4일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망주봉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3호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망주봉 일원을 낙조경관 조망지점으로 지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선유도 망주봉 일원은 서해의 낙조기관(落照奇觀) 중 으뜸으로 아름다운 석양 노을과 빼어난 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낙조 조망지점이 다분화 돼 있고, 선유낙조를 중심으로 한 팔경체계의 상호작용 등 명승적 가치가 높다”

선유도의 망주봉은 옛날 억울하게 유배된 한 충신이 북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는 유래로 유명하며 하늘과 바다가 모두 붉은 색조로 변하는 '선유낙조'를 볼 수 있는 탁월한 장소이기도 하다. 망주봉에서 바라본 선유낙조는 서해의 낙조기관 중 으뜸이며 360도 사방의 조망지점을 갖고 있어 여타의 명소와는 차별화되는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

2001년 문화재청이 펴낸 '명승 자원 조사보고서(전라북도 편)'에 의하면 망주봉에서 선유도 8경 중 6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으며, 망주봉과 마주하는 솔섬에서는 비가 내리면 망주봉 정상에서 암벽을 타고 흐르는 폭포의 절경을 바라볼 수가 있다.

오래 된 기록으로는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 서긍이 편찬한 '선화봉사 고려도경'에 망주봉 일대가 자세히 실려 있다.

“6일 아침 밀물을 타고 진시에 군산도에 이르러 정박했다. 그 산은 열두 봉오리가 잇달아 둥그렇게 둘러서 있는 것이 성과 같다. 6척의 배가 와서 맞아주었는데, 무장병을 싣고 징을 울리고 호각을 불며 호위하였다. 중략 접반사가 채색으로 치장한 배를 보내어 우리에게 군산정에 올라와 만나주기를 청하였다. 그 정자는 바다에 닿아 있고,뒤는 두 봉오리에 의지하여 있는데 그 두 봉오리는 나란히 우뚝 서있어 절벽을 이루고 수백길이나 치솟아 있다. 문밖에는 관청 건물 10여 칸이 있고,서쪽에 가까운 작은 산 위에는 오룡묘와 자복사가 있다. 또 서쪽에는 송산 행궁이 있고 좌우전후에는 민가 10여 가옥이 있다.”

서긍의 기록과 같이 망주봉에는 바다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으로 지정된 오룡묘와 임씨 할머니 당이 있다.

이랫덩이라고 부르는 다섯 마리의 용이 모여 산다고 해서 오룡묘라고 불렀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 기와지붕 건물이다. 이 오룡묘는 선유도 연안을 항해하던 뱃사람들이 해로의 안전을 기원하고 어로 생활을 하던 도서민들이 풍어를 빌었던 곳이다. 고려 시대 이후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졌던 곳이며, 매년 당산제와 3년마다 별신제를 지냈으나 현재는 중단되었다.

이 오룡묘의 내부에는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름다운 색채가 그대로 남아 있는, 오구유왕, 명두아가씨, 최씨부인, 수문장, 성주 등 다섯 분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었는데, 몇십 년전에 도난을 당한 뒤, 서울 사람이 가져다 놓은 산신령과 호랑이 그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윗당이라 불리는 임씨 할머니당은 왕비가 될 사람이었는데, 비천한 집안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려 하자. 자살을 택한 임씨 처녀를 제사 지내는 사랑으로 정면 1칸, 측면 1칸의 우진각 기와지붕 건물이다.

망주봉 부근, ‘군산 선유도 고려유적'(전라북도 기념물 )으로 지정된 곳엔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金富軾)이 송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객관인 숭산행궁과 군산정이라는 정자터, 그리고, 폐사지인 자복사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특히 망주봉에서는 선유팔경 중 망주폭포와, 선유낙조, 명사십리, 평사낙안, 삼도귀범, 무산십이봉 등 6경을 조망할 수 있으며, 망주봉에서 바라보는 선유낙조는 서해에서 제일 가는 낙조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