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연합뉴스)
지난 9월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 해 미뤄 5년 만에 개최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오늘로 막을 내린다.

드라마 광팬들조차도 TV 화면 앞으로 끌어다놓고 지난 2주 간 태극마크를 단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을 향해 뜨겁게 응원하도록 만들었다.

어렸을 때 응원 문화는 어떻게 보면 야만적이었다.

당시 브라운관에 비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메달 수상대에 올랐어도 그 선수가 목에 건 메달이 금메달이 아니면 지난 4년 이상 노력해온 피와 땀은 고스란히 무시한 채 외면하거나 혀를 찼었다.

그래서 선수들도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목에 걸고서도 화면에서는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카메라와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온통 운동에만 집중해 왔던 그 선수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지 못할 망정 말 그대로 가혹하고 냉정했다.

최근에는 그런 응원 문화나 응원 매너는 사라지고 금은동 색깔을 떠나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축하하고 메달 수상 여부를 떠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선수들이라면 격려하는 분위기가 스포츠분야에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된 지난 9월 19일 비치 발리볼과 남자 축구 종목부터 10월 8일 부상 투혼을 보여준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 선수을 비롯해 야구, 역도 등 50여 개 종목에서 190개 메달을 거머쥔 417명의 대표선수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다.

또 비록 최선을 다했지만 5년 간 노력만큼의 결과를 거두지 못한 대표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위로보다는 앞날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AG에서 보여준 K-스포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파리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나서서 선수 수급 문제를 언급할 정도로 한국 스포츠계 상황은 심각하다. 그는 8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각 시군구에서 키워져 전국체전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데 선수나 팀이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종합적, 단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조사하고, 운동 방법도 과학적으로 접군해 새로운 방식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1라운드 16강에서 한국 김현우가 이란 아민 카비야니네자드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1라운드 16강에서 한국 김현우가 이란 아민 카비야니네자드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격투 종목 성적은 저조한 반면 e스포츠, 스케이트보드 등 젊은 선수들 위주 종목에서 성적이 좋은 점, 체력 운동을 기피하고 있고 격한 신체적인 스포츠에서 정신적 스포츠로 트렌드가 변화하는 부분도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스포츠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고민하고 새롭게 접근해가야 할 것이다.

내년 여름에 열리는 파리올림픽까지는 길게 잡아야 8개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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