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말이면 시작되는 추석 연휴가 그렇게 반갑지 않다고 한다.

차례를 지내려면 가족 구성원들이 본가로 모이는 데다 가까운 친척들도 오가는 북적이는 분위기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풍경이라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다고 한다.

모이는 가족과 친척 중 일부 구성원들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피곤해질 것 같다는 것이 그 푸념의 주된 내용이다.

후배의 작은 누나는 중학교 담임교사이고, 작은아버지는 한 어시장에서 식당 딸린 해산물 판매장을 운영한다고 했다.

작은누나는 악성 민원에 홀로 아파하다가 잇따른 극단적인 선택에 다다른 사례가 이어지면서 도심 집회 현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집단의 구성원이다.

작은아버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산업계 종사자로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이 후배는 3년 넘도록 만나지 못했던 만큼 나눌 안부만으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시달릴 생각에도 명절 부담감이 적지 않은데 이번 추석 당일이랑 다음날까지 친척 모임 자리가 쉽게 파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작은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다.

분명 먼저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정치 얘기가 흘러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친척 남자들에게 사회적인 이슈 거리가 흘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혼인 후배에게는 친지들의 격려와 응원, 염려와 짓궂은 농담이 부담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슈 당사자인 작은 누나나 작은아버지께서 후배를 붙들고 앉아 하소연 또는 주장을 늘어놓기라도 한다면 결코 피해 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푸념했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한다면 나는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뒤늦게라도 결혼을 했고, 많지 않은 친척 중에서도 왕래하는 친척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실이 그렇다 보니 인정을 하게 된다. 명절 때만큼은 그 후배보다는 내가 더 홀가분하다. 이런 걸 '의문의 1승'이라고 하나보다.

어르신들께서 던지는 염려나 걱정이 지나쳐서 당사자를 힘들게 한다거나 부담을 준다면 명절은 가족, 친지들이 모이기 힘들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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