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예정보다 빠르게 천리마-1형 발사했지만 ‘실패’

31일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31일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서울시는 31일 오전 6시41분께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9분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우주발사체 1발을 남쪽으로 발사했다. 발사체는 전북 군산 인근의 섬인 어청도에서 서쪽으로 200㎞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발사된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적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되도록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에 성공하자 마음이 급해진 북한이 서둘러 위성을 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위성 발사 성공을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 기술적 준비를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모습.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15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모습.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韓 독자 기술 집약된 ‘누리호’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태양동기궤도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로 2010년 3월 개발사업에 돌입했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의 독자적인 힘으로 수행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나로호는 엔진 핵심 구성품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해외 시험설비에 의존했지만, 이후 나로우주센터에 엔진 핵심 구성품과 엔진 시스템, 추진기관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추진기관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10여 년간 액체 엔진 연소시험과 종합 연소시험을 거친 누리호는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발사됐다. 1단과 2단 엔진의 연소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목표 고도였던 700㎞에 도달했지만, 3단 엔진이 조기에 연소를 종료하는 바람에 탑재체(위성모사체)를 궤도에 투입하지 못했다. 비록 최종단계에서 실패했지만, 1단 분리부터 위성모사체 분리까지의 절차를 성공시킨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차 발사는 지난해 6월 21일 오후 4시에 이뤄졌다. 이날 고도 700㎞에 도달했으며 성능검증위성 분리, 위성모사체 분리 등 모든 과정을 완벽히 수행했다. 이후 성능검증위성과 남극 세종기지 간 첫 번째 접속이 이뤄졌다. 위성모사체도 궤도에 안착했다. 이로써 한국은 자력으로 1t급 실용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입증한 7번째 나라가 됐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성공적인 3차 발사···탑재 위성의 역할은?

누리호 3차 발사는 시험비행 성격의 1·2차 발사와 달리 실용 위성 8개를 탑재하고 이를 고도 550㎞ 우주 궤도에 투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실용 위성 8개는 주탑재 위성 1기와 부탑재 위성 7기 등 총 8기였다. 카이스트(KAIST)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 1기, 한국천문연구원의 군집위성 도요샛 4기, 민간기업에서 제공한 져스텍 ·루미르·카이로 스페이스 등 3기다.

지난 30일 과기정통부가 누리호 3차 발사의 초기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누리호는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정각에 이륙해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차세대 소형위성 2호 분리, 큐브위성 분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누리호의 목표 고도는 550㎞, 목표 투입 속도는 7.58㎞였다. 실제 고도 550.6㎞, 속도 7.58㎞를 기록, 높은 비행 정밀도를 확인했다.

현재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영상 레이다 안테나 전개 후 위성 자세 제어 기능 확인도 완료된 상태다. 임무 수행을 위한 준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도 550㎞ 태양동기궤도에서 국산 ‘소형 X-대역 영상레이더(SAR)’를 활용해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 방사선과 우주 폭풍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는다. 임무 수명은 2년이다.  

부탑재위성인 도요샛 3기도 지상국과의 교신을 완료하고 현재 위성 기능 점검을 수행하고 있다. 우주 날씨의 미세구조를 관측하는 게 임무로 근지구 우주 날씨의 시공간적 변화를 동시에 관측한다. 임무 수명은 1년이다.

카이로스페이스는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전력계 상태도 정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반도 지표면의 편광 데이터를 수집해 기상 현상을 관측할 예정이다. 루미르는 위성 신호 수신 성공 후 지상국과 교신을 시도하고 있다. 우주 방사능량을 측정하고 우주 방사능에 대한 오류 극복 기능을 우주공간에서 실증하게 된다. 져스텍은 지상국을 통해 위성 신호 수신을 지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다만 도요샛 3호는 사출관 문 개폐 신호와 3단의 가속도 측정값이 확인되지 않는 등 사출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해외 발사체에서도 발사 과정에서 다양한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특성상 큐브위성이 사출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이 우주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항우연은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발사 전 과정에 걸친 원격수신정보 상세 분석에 즉시 착수하고 약 1~2달간 위성 분야·제어 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항우연 측은 “이번 발사는 발사체 산업 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누리호 4~6차 발사에서는 기업 참여의 범위를 확대해 민간기업이 대한민국 우주 수송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수 기자 han85@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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