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근초고왕'.
2010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근초고왕'.

백제 근초고왕(近肖古王)은 재위 24년에 대열(大閱-군사 검열)을 하면서 깃발을 모두 황색으로 통일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百濟本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조치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선행 연구에 따르면 황색 깃발 교체는 일종의 황제 의식을 나타낸다거나, 혹은 군대 지휘체계의 일원화를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근초고왕(近肖古王) 24년 황색 깃발 사용에 대한 검토>(나용재,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동양학', 2022)는 이 문제를 추적한 논문이다.

논문은 기존의 견해를 해당 사례에 대입해 보면, 적합하지 않거나 반대되는 요소들이 적잖이 확인되어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어 이를 해석하기 위해 ‘改正朔 易服色(개정삭 역복색)’ 관념을 주목했다. 

正朔(정삭)은 역법(曆法)의 하나다. 정(正)은 한 해의 시작(歲之始)이고, 삭(朔)은 한 달의 시작(月之始)을 뜻한다. 정삭(正朔)을 개(改)정했다는 말은 역법을 바꿨다는 말과 같다. 예를들어 태음력을 태양력으로 바꾸는 일 같은 것이다.

易服色(역복색)은 복색을 바꾼다는 의미다.

논문에 따르면 이 ‘改正朔 易服色' 관념은 특정 정치체의 정통성 및 정체성을 확립함과 관련된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이 관념을 현실에 실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특정한 색상을 선택하여 각종 기물에 일률적으로 대응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논문은 "이러한 특징은 백제의 사례 역시 여기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논문 필자는 당시의 백제는 낙랑·대방군을 통한 중국 여러 왕조와의 교류 및 이를 통해 유입된 인적자원을 통해 이 관념을 이해하고 실현함에 필요한 사상체계를 숙지하였던 상태라고 판단했다. 

4세기 중반은 장기간 진행되어온 체제 개편의 작업이 일정한 성과를 보임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형성된 독자적 정체성 역시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기 시작한 때였다.

특히 근초고왕 24년은 정통성의 발원처를 공유함과 동시에, 한반도 지역에 대한 패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던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시점이었다. 

이에 논문은 백제는 이러한 성과를 상징적으로 장식하기 위해 ‘改正朔 易服色’ 관념을 수용, 깃발의 색상을 황색으로 통일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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