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기생은 조선시대의 전통 예술의 전승자이자 외국 문물을 빠르게 흡수하는 패션리더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근대 조선 기생복식 문화에 관한 연구>(조선희, 일본근대학연구, 2022)는 외국 문물의 수입으로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조선시대 복식을 다룬 논문이다. 그중에서도 근대의 기생 복식에 초점을 맞췄다.

논문에 따르면 당시 기생의 패션 스타일은 전통적인 쪽진 머리에 일본 여성에게 유행했던 옆 가르마, 웨이브를 넣는 형태, 애교머리 등의 형태가 더해졌다. 여기에 웨이브를 넣은 머리를 고정시키거나 복식규제로 인한 단발 금지로 다리를 드리기 위해 머리핀이 사용되었다. 

또한, 전통적인 하후상박의 ‘거들치마’에서 게이샤의 기모노 실루엣과 유사한 ‘주릿대치마’가 나타났다. 

하후상박이란 상의는 좁고 짧고 하의는 길고 풍성한 형태를 말한다. 조선 여인의 의복변천사를 보면 저고리의 갈이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짧아졌다. 윗옷이 짧아질 대로 짧아진 18세기의 대표적인 하후상박의 사례는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볼 수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 (부분)
신윤복의 미인도. (부분)

'주릿대치마'는 치마 오른쪽 자락을 앞쪽으로 돌려 가슴에 닿을 듯이 치켜올려 입은 뒤 허리띠를 매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입으면 자연히 속바지가 노출되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주릿대(주리를 트는 데에 쓰는 막대기)로 맞을..."이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논문은 그 다음으로, 일본 여성복식에 나타난 반양복과 같이 근대 조선 기생도 전통복식에 서양 복식을 혼합한 반양복이 나타났고 , 마지막으로 일본 게이샤의 화장과 서구의 화장법을 수용함으로써 당시 외국인 손님의 취향에 맞게 연출하였다고 전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논문은 "근대 조선 기생은 조선시대의 전통 가무, 가사 등의 기예(技藝)를 전승한 예술전승자이자 외국 문물을 빠르게 흡수하는 패션리더의 위치에 있었다"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의 계승과 신문물을 전파하는 중간 매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하후상박 패션은 직업상 노출이 무기였던 기생이 주도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언더붑'(상의 기장을 극단적으로 짧게 한 패션)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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