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게으름과 병으로 청명날을 지나니(春慵和疾過淸明) / 관청의 일이 한가하여 잠이 쉽게 들었노라(官況愔愔睡易成) / 시를 읊으며 매화 가까이 가니 그윽한 흥취가 일고(吟到梅邊幽興動) / 아전들이 길을 다투어 사또가 잠을 깨었구나(吏胥爭道使君醒) -김종직, 학사루 아래에서 매화가 비로소 피다

매화. (사진=픽사베이)
매화. (사진=픽사베이)

김종직(金宗直, 1431~1492). 역사 책에서 그 이름은1498년 무오사화(戊午士禍) 때 등장한다. 그에게 '사림파의 영수'라는 칭호가 따라붙게된 사건이다.

김종직은 일찍부터 시(詩)에 능한,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문장가였다. 특히 그는 서거정, 김시습 등과 함께 당대의 대표적인 한시 작가였다.

<김종직(金宗直)의 매화시 고찰>(張眞熀, 동방한문학회, '동방한문학', 2022)에 따르면 서거정과 김시습이 조선 전기의 주된 매화시 작가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달리 김종직의 매화시는 아직 연구된 적이 없다. 

이 논문은 김종직의 시, 그중에서 매화시를 탐구한 연구물이다. 그의 매화시는 모두 22제 35수.

논문은 김종직 매화시의 표현 양상을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첫 번째 양상은 일상 속의 친근한 동반자로서의 매화 형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김종직은 관료 생활의 여가에, 또 관직 수행 중에 늘 매화를 가까이하며 마음을 나눴다. 작품들 속의 매화는 고고한 은자의 형상이 아니라 친근하고 다감한 벗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양상은 심미적 태도를 바탕으로 매화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직은 매화의 고고한 절개와 같은 정신성에 주목하기보다는 매화의 고목과 꽃, 향기 등에 주목하여 그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데 치중하였다.

세 번째 양상은 매화의 생명력에 대한 경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생동하는 미적 대상과의 만남과 그 기쁨이야말로 김종직 매화시의 주된 주제이다. 

논문은 이상의 특징을 거론하며, 그 핵심이 '관념적 상징성의 약화와 심미적 태도의 전면화'로 풀이했다. 한마디로 매화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매화의 정신성, 관념성이 김시습, 서거정의 매화시와 차이로 본 셈이다.

물론 논문은 '온화한 기상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서거정의 작품과도 유사하다"라는 점도 있긴하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논문은 "김종직의 매화시에 나타나는 화락한 기상과 관념성의 부재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뜻을 성실하게 펼쳐가려고 했던 작가의 삶을 반영한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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