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기술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 보고서가 경고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는 대량 파괴 기술의 출현 가능성을 조사해 ‘취약한 세계의 가설’(The Vulnerable World Hypothesis)이라는 제목의 최신 보고서로 발표했다.

기술은 핵무기 개발처럼 인류에게 이로울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 속의 기술은 별 특별한 내용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원천적으로 대량 파괴를 부르는 나쁜 기술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바이오해킹(DNA 조작)으로 대규모 질병을 퍼뜨리는 기술이다. 보고서는 이 기술을 ‘검은색 공’으로 규정했으며, 이와 반대는 ‘흰색 공’이고, 핵무기와 같은 기술은 ‘회색 공’으로 보면 된다.

핵무기 개발 기술은 아주 나쁜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위험한 기술이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은 까닭은 원자폭탄 성분이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이 아니라 널리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세계적인 재앙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쓴 보스트롬 교수는 “문명의 불안정을 막거나 다시 안정화하려면 세계는 가혹한 조처를 해야만 한다”며 “세계가 예방적 차원의 치안유지 활동을 하거나 글로벌거버넌스를 확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거버넌스는 세계적 규모의 문제들에 국가가 충분히 대응하지 않을 때 국제사회가 해결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는 아직 취약한 상태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이 조사는 우리가 검은색 공이라는 기술을 우연히 발견하기라도 하면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애초에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보스트롬 교수는 “발명이라는 항아리 속에 검은색 공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심각하게 우려하더라도 만일 추후 이런 취약점을 명확하게 가정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강력한 감시나 글로벌거버넌스를 선호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계획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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