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하버드대 바이오 응용 공학 비스 연구소에서는 ‘창조하는 법과 그것을 중요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이 사회적·문화적 혁신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강의를 진행하는 사람은 ‘하버드대 교수 중 가장 혁신적인 인물’(보스턴 글로브)로 꼽히는 데이비드 에드워즈 교수다.

그는 필터가 필요 없는 식물 공기청정기, 기체 형태로 된 흡입형 초콜릿, 디지털 향수 등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놀라운 발명품들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이 교수가 쓴 책이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창조성에 관한 7가지 감각>(어크로스 | 2020년)은 새로운 미학적 개념으로 미개척 분야를 탐험하고, 발견하고,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는 선구적인 창조자들이 지닌 미학적 감각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창조에 대한 접근방식 세 가지를 언급한다. 상업적 창조, 예술과 같은 문화적 창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학적 창조다.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주목하는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미학적 창조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이나 문화적 영향력을 성취하려는 욕구가 아닌, 미학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개척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또한 이들은 ‘직관은 예술, 연역은 과학’이며 과학은 실용적이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따르지 않는다.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서 방향을 잡으려면 직관과 연역이 서로 섞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융합 문화 없이는 인류 문명에 기회가 없을 것이라 말한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 통합적 사고가 중요해지는 까닭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예컨대 스페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는 모방 일색이던 오트퀴진(프랑스 고급 요리) 세계에서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의 요리 문화를 섬세하게 재해석함으로써 ‘모더니스트 퀴진’이라는 새로운 요리 영역을 개척했다. 기존의 관습에서 해방돼 자신의 호기심을 중요하게 여기며, 다양하게 탐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미학적 열정’의 결과다.

또 하나의 사례.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의 예술감독인 다이앤 파울루스가 연극에 입문할 무렵, 연극 관객 수는 이미 심각하게 줄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언어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재해석했다. 극의 무대를 숲속에서 뉴욕의 디스코클럽으로 옮기고, 요정의 왕 오베론은 나이트클럽 대표로 탈바꿈시켰으며, 관객들에게 익숙한 70년대 팝 음악을 사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동키쇼〉는 1999년 막을 올린 이래 전문가들의 극찬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상황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미학적 언어)으로 표현하는 ‘미학적 지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창조를 추구하는 뇌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감정적·인지적 신경 상태에 주목한다. 이어 이러한 감정적·인지적 상태를 열정, 공감, 직관, 순수함, 겸손, 미학적 지능, 집요함 등 7가지 미학적 요소로 정리했다.

책에서는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놀라운 창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창조의 7가지 요소로 감정적·인지적 상태를 고양하고 지속적인 창조 과정에서 개인적 충족감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에선 저자가 내놓은 하나의 용어를 주목해야 한다. 바로 혁신적인 창조 문화가 탄생하는 공간 ‘문화 실험실’이다. 이를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 성당)을 지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경우로 설명한다.

이전까지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던 방법을 과감하게 도입함으로써 역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을 탄생시킨 창조의 비밀을 저자는 다음 세 가지 조건으로 설명한다.

첫째, 미학적 창조를 향한 열정이다. 젊은 브루넬레스키는 로마에서 몇 년을 보내는 동안 고대 로마의 건축 기술을 되살려보겠다는 열정을 품었다. 피렌체로 돌아와 돔 건축을 맡게 된 그는 당시 학문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던 공학과 수학의 지식을 활용해 아름다운 돔 지붕을 완성했다.

둘째, 여러 후원자(촉진자)가 그를 꾸준히 지원했다. 미켈란젤로, 다빈치 등 르네상스 시대의 전설적인 창조자들은 그 자신의 천재성도 있었지만 그것을 발현하도록 도와준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맘껏 실험할 수 있었다. 브루넬레스키 역시 코시모 데 메디치 같은 후원자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돔 건축이 가능했다.

셋째, 피렌체라는 도시 그 자체다. 가능성의 문화로 가득한 당시의 피렌체는 미학적 창조를 꿈꾸는 창조자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에이션-실험-표현에 이르는 창조자 주기를 경험하게 만드는 공간. 이것이 바로 데이비드 에드워즈가 말하는 문화 실험실이다.

문화 실험실은 전문가든 아마추어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공동 작업자와 상호 작용하고, 실험실에서 창조한 것이 사회로 연결되어 다른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결과물로 나타나려면, 피렌체와 같은 문화 실험실이 더욱 많아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창의성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읽을면 영감을 얻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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