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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떠오른 부침개 아이디어, '주행거리 2배' 배터리로 탄생
명절에 떠오른 부침개 아이디어, '주행거리 2배' 배터리로 탄생
  • 이진수 기자
  • 승인 2020.01.28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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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포트] 설 명절 기간, 동그랑땡을 부치다 얻은 아이디어로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리는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 에너지저장연구단 정훈기 박사팀이다.

28일 KIST에 따르면 정훈기 박사팀은 동그랑땡을 튀기듯 고용량 배터리에 들어가는 차세대 음극소재 ‘실리콘’을 전분과 섞어 기름에 가열해 복합소재를 만들었다. 이 복합소재를 전기자동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가 2배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복합소재가 기존 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계 음극 소재보다 전지 용량이 4배 이상 크고, 5분 만에 80% 이상 급속충전도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손쉬운 공정으로 대량 생산과 상용화가 쉬우며,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적용돼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정훈기 박사.
연구를 주도한 정훈기 박사.

"리튬이온전지의 양극(+)은 리튬니켈코발트망간옥사이드 등을 통해 용량이 늘었지만, 음극(-)은 흑연을 주재료로 써왔기 때문에 30년 동안 겨우 1.5배 늘었습니다. 음극과 양극이 함께 늘어나야 고용량 배터리를 만들 수 있어요. 이번 연구로 흑연 대신 실리콘을 이용해 음극 용량을 4배 늘렸습니다. 음극의 한계를 넘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는 흑연을 주요 음극소재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지 용량이 적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해 흑연보다 에너지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실리콘이 주목을 받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상용화된 사례는 많지 않다. 실리콘은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고 용량이 크게 줄어들어 상용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리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법이 제시됐지만 복잡한 공정과 높은 비용으로 아직 흑연을 대체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 박사는 "실리콘은 부피 팽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일정량(10% 이하)만이 전기자동차 전지에 사용되고 있다. 그 이상 섞으면 부피 변화가 심해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피 팽창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한 가운데 정 박사는 지난해 명절을 보낸 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했다. 튀김옷을 입은 동그랑땡이 기름에 튀겨지면서 모양을 유지하며 단단해지는 것에 착안해 실리콘 음극재도 튀겨 부피 팽창을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해당 아이디어는 정훈기 박사팀의 정민기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안한 것이다.

탄소-실리콘 복합체 합성 과정 요약. 물, 기름, 전분, 실리콘, 계면활성제로 유화액 제조로 마이셀을 형성시킨 다음, 가열과 탄화 과정을 거치면 탄소-실리콘 복합체가 형성된다. (KIST 제공)
탄소-실리콘 복합체 합성 과정 요약. 물, 기름, 전분, 실리콘, 계면활성제로 유화액 제조로 마이셀을 형성시킨 다음, 가열과 탄화 과정을 거치면 탄소-실리콘 복합체가 형성된다. (KIST 제공)

연구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물, 기름, 전분에 주목했다. 먼저 전분에 실리콘을 풀어 섞은 뒤 가열한 기름에 튀기듯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만들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분+실리콘을 끓는 기름에 넣으면 동글동글하게 전분+실리콘이 튀겨진다. 이 튀겨진 복합소재는 같은 공간에서도 부피차지가 덜하면서도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고 알려진 구형(球形)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 박사는 "고구마 전분이냐, 옥수수 전분이냐에 따라 크기가 다 다르게 나온다. 물과 전분의 비율, 기름의 온도 등도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최적의 배합비율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10 마이크로정도로 매우 작게 튀겨진 복합소재는 높은 온도의 열처리 과정을 통해 기름기와 전분기를 모두 날려 파우더 형태로 완성한다. 이처럼 복잡한 반응기 없이 재료만 단순히 혼합하고 열처리를 통해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개발할 수 있어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복합소재가 기존 흑연계 음극 소재보다 4배 이상 높은 용량(360mAh/g → 1,530mAh/g)을 보였으며, 500회 이상 충·방전에도 안정적으로 용량이 유지되고 5분 이내에 80% 이상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특성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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