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인류는 언제부터 씻으며 청결에 신경 썼을까. 인류 최초의 공중목욕탕은 기원전 4000년경으로 추정되는 고대 인더스 문명 ‘모헨조다로’에서 발견됐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청결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청결 의식은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은 인도에서 청결 문화를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목욕의 역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써네스트. 2019)에 나온다. 책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목욕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부터 목욕의 역사를 살핀다. 

책에 따르면 중세유럽의 목욕문화는 후진적이어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도 한 달에 고작 한 번만 목욕을 했을 정도다. 이에 반해 인도는 청결을 권장한 나라였다. 중세 초기 유럽과 달리 인도는 청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영향으로 사원에 입장하기 전이나 기도를 올리기 전에 반드시 몸을 씻도록 했다.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써네스트. 2019)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써네스트. 2019)

18세기 대영제국이 인도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당시 영국인은 고상한 척하며 인도인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한 가지가 바로 인도인이 자신들보다 더 청결하다는 사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도에 거주한 영국인은 머리를 감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머리에 오일을 바르고 파우더를 뿌렸다. 하지만 인도인은 허브를 넣어 끓인 물로 머리를 감았고 이를 안 영국인은 머리를 감는 쪽으로 의식이 변했다.

영어의 샴푸 shampoo의 어원이 이를 방증한다. 샴푸는 ‘누르다’ 또는 ‘마사지하다’의 뜻을 가진 단어로 그 어원은 힌두어 챰포 champo에서 온 말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른 흥미로운 목욕 사례는 러시아의 문화다. 이 나라에는 독특한 혼례 전 목욕법이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벽 한쪽에 난로가 있어 물을 부어 수증기를 이용한 습식 사우나인 ‘바냐’라는 곳에서 목욕했다. 핀란드식 사우나와 매우 흡사한 한증막이다. 특히 혼례식 전에 하는 독특한 목욕법이 놀랄만했다.

먼저 바냐에서 충분히 땀을 낸 신부의 몸에 우유를 붓고 그 위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다. 그 후 범벅이 된 우유와 밀가루를 신부의 몸에서 긁어낸다. 그렇게 긁어낸 우유와 밀가루를 혼례용 케이크와 빵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신부의 몸에서 긁어낸 우유와 밀가루로 케이크와 빵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신부가 흘린 땀을 보드카 와인, 곡물과 함께 섞어 바냐 안의 뜨거운 돌 위에 부어 수증기를 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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