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혹시 불의의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 시위 현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나갈 아버지가 있을까. 그런 일이 1919년 3.1운동 때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3.1운동의 숨은 주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신간 <만세열전>(생각정원. 2019)에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역사상 최연소 시위대는 3.1운동의 10살 여학생들이었다. 그 뒤를 선생들이 따랐다. 아이들의 모습에 선생님들이 용기를 내어 독립만세시위에 함께 했다.

시작은 덕수궁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순사보 정호석이 경찰관 제복을 벗으면서였다. 그는 3.5일 아이가 아프다는 핑계로 휴가를 얻고 경찰복 대신 사복을 챙겨 입었다. 잡화상에서 광목을 사서 그 위에 자신의 피로 태극기를 그렸다. 또 다른 천에는 하는 천자와 ‘대한국 독립만세’라 쓰고 이를 담배설대에 묶어 들고 인근에 있는 홍영여학교로 향했다. 

'만세열전'(생각정원 펴냄)

학교로 들어간 정호석은 만세삼창을 한 후에 함께 만세를 부르지 않겠냐고 물었다. 어린 여학생 한 명이 나와 만세를 불렀다. 열 살 먹은 그의 딸이었다.

이 모습을 보자 친구들이 뒤를 따랐고 정호석은 깃발을 흔들고 만세를 외치며 공덕리로 향했다. 경성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뒤를 수십 명의 여자아이가 만세를 부르며 따라왔다. 3.1운동 역사상 최연소 시위대였다.

주춤하던 교사들도 아이들의 뒤를 따르며 만세를 불렀다. 아이들이 걱정돼 따라나섰지만, 기회가 주어지자 진심으로 만세를 불렀던 것이다. 

순사보였던 정호석은 왜 자신의 어린 딸까지 만세에 동참하게 했을까.

책의 저자는 조선의 미래를 바꾸는 길을 아이와 함께 걷고 싶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만세 시위에 나선 고작 열 살 아이의 모습에서 어른들은 일제에 속박된 대만민국을 물려주면 안되겠다는 각성과 책임을 느꼈을 듯 싶다. 이는 역사를 바꾼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뭉클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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