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기전자 영업익 89.0%↓…차·부품 55.0% 급증과 대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전기전자 대표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전년보다 90% 가까이 줄면서 전체적인 영업이익 내림세를 주도했다. 

2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25일까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64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506조1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543조6015억 원보다 1.5%(37조5851억 원)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감소 폭이 더 컸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은 104조7081억 원으로 전년 141조2024억 원보다 25.8%(36조4943억 원)나 축소됐다.

업종별로는 전체 18개 업종 중 13개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의 지난해 영업익은 6조5203억 원이다. 2022년 59조986억 원보다 무려 89.0%(52조5783억 원)나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를 비롯해 TV와 생활가전 등의 판매 부진이 심화한 탓이다.

석유화학의 영업이익 감소 폭도 컸다. 2022년 23조7755억 원이었던 영업익은 지난해 11조897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운송업도 65.3%(11조549억 원) 넘게 줄어든 5조8873억 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제공

이외에 철강 1조6115억 원(41.6%↓), 건설·건자재 1조1554억 원(15.9%↓), 제약 1조876억 원(42.6%↓) 등이 1조 원 이상 하락했다.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2년 30조4651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2조4741억 원의 손실을 기록,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한국전력 등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 온 공기업들이 재무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 결과다.

자동차·부품의 영업익은 34조2067억 원으로 2022년 22조718억 원보다 55.0%(12조1349억 원)나 확대했다.

같은 기간 조선·기계·설비 부문은 1조5782억 원에서 6조5707억 원으로 316.3%(4조9925억 원)나 급증했다. 유통 1205억 원(5.2%↑), 통신 176억 원(0.4%↑) 등도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670억 원으로 2022년 43조3766억 원 대비 84.9%(36조8096억 원)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 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 원 이후 15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이처럼 대폭 감소한 것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누적 적자 규모는 14조8795억 원이다.

SK하이닉스도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2년 6조8094억 원의 영업 흑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 원의 적자를 기록, 연간 기준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호황을 누렸던 HMM도 지난해 영업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2022년 9조9516억 원에서 1년 새 94.1%(9조3668억 원)나 급감한 5848억 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GS칼텍스 2조2957억 원(57.7%↓), SK에너지 2조1916억 원(84.3%↓), HD현대오일뱅크 2조1731억 원(77.9%↓), S-Oil 2조506억 원(60.2%↓), SD바이오센서 1조3947억 원(적자 전환), 대한항공 1조405억 원(36.8%↓) 등이 1조 원 이상 감소했다.

반면 한전은 영업 적자 규모를 2022년 32조6552억 원에서 지난해 4조5416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1년 동안 적자 폭을 28조1136억 원이나 축소시켰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재무 위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4.0%(5조3071억 원) 늘어난 15조1269억원 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60.5%(4조3748억 원) 증가한 11조6079억 원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은 26조7348억 원으로 삼성전자(6조5670억 원)의 4배를 웃돌았다.

한화오션 1조4171억 원(적자 축소), 삼성중공업 1조877억 원(흑자 전환), LG에너지솔루션 9495억 원(78.2%↑), 지역난방공사 7186억 원(흑자 전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6221억 원(88.1%↑) 등이 5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의 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전체 매출액은 647조4707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637조1082억 원보다 1.6%(10조362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4조9251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0조9028억 원보다 무려 128.6%(14조223억 원) 확대했다.

박병표 기자 tiki9tiki@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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