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경영정상화 절차 성실히 이행”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제공)

시공 능력 평가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28일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 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영건설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대출은 3조2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이날 만기가 돌아온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 원 규모의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 원, 부채비율은 478.7%다. 부채 비율은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다.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했다. 산은은 내년 1월 3일 채권자 설명회를 하고,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할 예정이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사유,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태영그룹의 자구계획 등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이날 소집 통지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1월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은 제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와 채권행사의 유예·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PF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계획이다.

산은은 “태영건설은 다수의 다양한 PF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상 PF대주단을 비롯한 보증채권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며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은 물론 금융채권자와 PF대주단의 협조가 필수”라고 했다.

이어 “워크아웃의 원활한 진행을 통해 태영건설이 정상적인 영업을 수행해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주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채권단과 모든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금융위원회 제공)

◇ 정부, 분양 계약자·협력업체 보호···‘건설업 종합지원 대책’ 추진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와 금감원은 지난해 소위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부동산 PF시장 및 주요 건설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태영건설에 대해서도 재무상황과 주요 사업장 현황을 주시해 왔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글로벌 긴축 과정에서 PF대출·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특히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높은 부채비율(258%)과 PF 보증(3조7000억 원) 등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으로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참석 기관의 평가다.

정부는 “태영그룹‧대주주는 그동안 1조 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했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를 구체화하는 중”이라며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우선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미리 마련해 놓은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또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올해 9월 말 기준 총 60개다. 각 사업장의 유형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PF 대주단 협약’과 ‘PF 정상화 펀드’, HUG‧주금공 ‘PF 사업자보증’, HUG 분양보증 등을 통해 원활한 사업추진 또는 정리를 진행한다.

분양계약자 보호를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 1만9869가구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가구)은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다. 이들 사업장은 태영건설의 계속 공사 또는 필요하면 시공사 교체 등으로 사업을 계속 진행해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곤란하면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낸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을 환급(환급이행)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가구)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게 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는 공사는 140건이다. 정부는 “수익성 검토 등을 거쳐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나 공동도급사가 공사 이행이 어려우면  신탁사 또는 보증기관(공사이행·분양보증 등)이 대체시공사를 선정, 공사를 이행할 수 있다”고 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아(30% 이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사는 우선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 기간(1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등이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규모‧여력을 고려할 때 시장 참여자들이 협조해 준다면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과 부동산PF시장의 연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종합 대응반을 통해 시장 참여자와 지속 소통하고 상황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박병표 기자 tiki9tiki@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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