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사진 픽사베이)
수국. (사진 픽사베이)

[더 리포트] 봄. 창밖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 창이다. 시인에게 봄은, 봄 안의 모든 것이 시다. 옛 사람들은 감흥이 일고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노래했다. 박제가의 유명한 말처럼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것은 모두 시'인 셈이다.

옛 한시를 보면 찬란하게 필 때의 서정보다 허무하게 질 때의 애상을 표현한 시가 더 인상적이다. 먼저 시를 아는 이들은 봄이면 두보의 그 유명한 ‘곡강’(曲江)의 한 대목이 떠오를 것이다.

'꽃잎 하나 날려도 봄날이 줄어드는데 / 바람에 꽃잎 마구 떨어지니 참으로 시름 잠기네.' (一片花飛減卻春(일편화비감각춘) /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두보의 수심 가득한 눈이 떠오를 시다. 천보 14년(755) 안록산의 난으로 인해 피폐한 나라를 지켜보는 애상을 담았다. 시인은 곡강 연못가를 배회하며 안타가운 심정을 꽃잎 하나 떨어지는 모습에서 ‘봄의 일부가 몰락한다’라고 절묘하게 노래했다.

<시품>에 나오는 ‘전아(典雅)’에 나오는 시도 아름답다. 

비 갠 하늘에 흰 구름 떠가고 / 산새들 지저귀며 날아간다 / 그늘 아래 금을 베고 자거늘 / 저 위에는 폭포수 떨어진다 / 지는 꽃은 말없이 없고 / 사람은 국화처럼 담백하다 / 계절의 광경을 시로 써내니 / 읽기에 더 없이 좋아라

백운초청(白雲初晴) / 유조상축(幽鳥相逐) / 면금녹음(眠琴綠陰) /  상유비폭(上有飛瀑) / 낙화무언(落花無言) /  인담여국(人澹如菊) / 서지세화(書之歲華) / 기왈가독(其曰可讀) (일부 생략)

시품은 중국 양대(梁代)의 문학비평서다. 오언시(五言詩)를 대상으로, 한대(漢代)부터 양대까지의 시인 122명을 품평(品評)한 것이다. 

봄과의 이별을 노래한 시 중 압권은 구양수의 ‘접련화(蝶戀花)’가 아닐까. 

마지막연 ‘눈물 어린 꽃에게 물어본다'는 부분은 서정의 백미다. 벛꽃이 저 멀리 그네 줄 위로 무수히 휘날리는 풍경이 아련히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소나기 거센 바람 몰아치는 삼월의 끝자락 / 황혼녘에 문이야 닫을 수 있지만 가는 봄은 머물게 할 수가 없네. / 눈물 어린 꽃에게 물어봐도 꽃은 대답 않고 / 어지러이 붉은 잎만 그네 너머로 날아가네.

雨橫風狂三月暮(우횡풍광삼월모) / 門掩黃昏(문엄황혼), 無計留春住(무계류춘주) / 淚眼問花花不語(누안문화화불어) / 亂紅飛過秋千去(난홍비과추천거)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