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정원'. 이제 정원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을 가꾸며 누리는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원특례시에서는 올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손바닥정원'이 곳곳에 생겨났다. 시민 곁 힐링과 휴식 거점이 되고 있다.

행궁언덕마을 작은 정원

팔달산 아래 고택 단지가 있다. 산자락 언덕 아래 골목마다 기와집과 양옥집들로 빼곡한 구도심 정취 사이에는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 행궁동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마을이다.

행궁로26번길. 넓은 마당으로 눈길이 간다. 커다란 불상 아래 첫 번째 집은 언제나 열려있는 '행궁언덕마을 누구나 정원'이다. 원래 있던 넓은 마당을 지난해 담장 대신 펜스를 치고 공간의 절반가량을 과감하게 이웃과 공유한 손바닥정원이다.

집주인 김명란(55) 씨는 외곽에 40㎡ 남짓을 담벼락, 돌 틈 하나하나까지 정원으로 꾸몄다. 봄엔 봉숭아, 과꽃, 수국, 작약을 심고, 여름엔 마당 입구에 나팔꽃, 연꽃을 가꿨다. 가을엔 코스모스, 백일홍, 국화를 심어 계절미를 더했다.

손바닥 만한 정원이 주민들과 뭉칠 수 있는 촉매가 됐다. 정원으로 가꾼 마당을 개방하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교육 공간으로 활용됐다. 지난 5월에는 이곳에서 도시락 음악회가 열렸다.

마을 공간 공유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꽃 화분을 나누며 인사했던 인근 주민들도 하나둘 집 대문을 열면서 마을도 변하기 시작했다.

행궁로26번길 주민들은 집 마당, 정원, 주차장 대문 앞 공간을 활용해 야드세일도 진행했다. 지난 10~11월 두 달간 주말에 10가구가 참여했고, 행사가 끝나고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골목을 청소했다.

행궁언덕마을 이웃들은 이제 동네가 활발해졌다고 자부한다.

버려진 빈 공간, 정원으로 재탄생

장안구 율천동 수도권지하철 성균관대역 환승주차장 통행로와 맞닿은 20㎡ 공간도 손바닥정원이다.

이곳은 역을 중심으로 동쪽 주민들이 오가며 마을과 세상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일부 주민들의 흡연 장소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율천동지킴이봉사단이 버려진 이곳을 아기자기한 손바닥정원으로 꾸몄다. 자투리 공간에 비비추, 송엽국, 가우라, 부용 ,맥문동, 튤립 등을 심고 누구든 쉴 수 있도록 벤치도 설치했다.

지금은 손뜨개로 만든 눈사람, 펭귄, 트리, 사슴뿔, 양말 등 소품을 비치해 겨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렇게 손바닥정원으로 재탄생한 '성대역 환승주차장 응원 쉼표 정원'은 기존 마을정원, 밤나무동산과 함께 율천동 명소가 됐다.

건너편 율전초등학교에도 손바닥정원이 있다. 학교 앞쪽 화단 231㎡에 LH의 도움으로 조성한 텃밭정원이 그곳이다. 진달래, 히어리, 노루오줌, 부처꽃, 구절초 등 한국 고유식물의 가치를 배울 수 있게 했고, 텃밭상자를 설치해 방과 후 교육, 체험활동도 하고 있다.

영통구 영통3동 주민들은 동 경계 외곽 도로변에 희망동산을 조성했다. 이곳은 매탄3동과 경계지역 건물 사이에 버려진 황무지였다. 주민자치회 마을만들기 분과위원회가 1980년대 개나리마을로 불렸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개나리 꽃말인 '희망'을 살린 것이다.

72㎡에 개나리, 미니 배롱나무, 목련, 황금측백, 미스킴라일락, 남천나무 등을 심고 폐자원을 활용한 바람개비를 설치해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

수원시 손바닥정원

손바닥정원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취임 초부터 추진해온 독자적인 역점 사업이다.

도시에 존재하는 공터, 자투리땅, 관리하기 모호한 공간을 찾아내 시민들이 직접 꽃, 나무를 심고 가꿔 5분마다 작은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손바닥정원 사업의 핵심이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손바닥정원 1000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말부터 밑그림을 그렸다. 손바닥정원 개념을 세우고 연구용역을 진행, 안내매뉴얼을 제작했다. 손바닥정원은 점형, 선형 등 공중과 그릇 등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옥상, 실내, 보행공간, 상가자원 등 모든 공간을 포함하며 치유, 휴식, 배움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이를 위한 3개 전략과 12개 과제를 구체화했다.

자발적 정원문화 지원을 위해 지난해 12월 27일 손바닥정원 토크콘서트를 열어 사업을 알리고 가드닝의 날, 정원특강 등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끌어냈다. 또 공원녹지사업소 안에 '도구지원센터'를 만들어 두구 220개를 비치해 누구든 빌려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 속 정원 더하기에는 시민 참여가 주요했다. 1년 간 300개 손바닥정원이 조성됐다. 시민들이 만든 정원을 대상으로 공모, 경연을 통해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사업 첫 해인 올해 12개 정원이 콘테스트에서 우수작으로 선정, 5일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

지속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새빛수원 손바닥정원단'이 힘을 보탰다. 발족 후 850명의 단원이 모집돼 정원계획부터 조성, 관리 활동, 의견 개진까지 손바닥정원을 확대하는 데 주축을 이뤘다. 기관, 기업, 단체 등 협력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손바닥정원은 단순히 작은 정원이 아닌 모두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공동체의 대표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시민께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