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동아쏘시오그룹 제공)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동아쏘시오그룹 제공)

‘박카스의 아버지’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이 3일 별세했다. 향년 96.

1927년 경북 상주에서 고(故)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1남 1녀 중 첫째 아들로 태어난 강 명예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를 거친 뒤 1959년부터 동아제약에 몸담았다.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42년간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1975년 당시 145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던 동아제약을 오늘날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 경기도 안양에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KGMP)에 맞는 현대식 공장을 준공했고, 1985년 업계 최초로 GMP 시설을 지정받았다. 1977년 제약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1988년 경기도 용인에 신약의 안전성을 실험할 수 있는 우수 연구소 관리 기준(KGLP) 시설도 마련했다.

기업부설 연구소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강 명예회장의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이런 노력은 동아쏘시오그룹이 신약개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강 명예회장이 1961년 개발한 박카스는 대한민국 대표 피로회복제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박카스는 동아제약이 201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무려 47년간 국내 제약업계 1위를 지킬 수 있는 대들보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한 신약개발 열기는 1991년 최초로 합성한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를 탄생시켰다. DA-125는 1994년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첫 임상 시험용 의약품으로 승인받으면서 국내 신약개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처음, 세계 4번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비롯해 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 국산 신약 탄생을 이끌었다.

사회적 책임에도 힘썼다.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를 사용해 1994년 동아제약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강 명예회장 의지의 표현이다. 1987년 사재를 출연해 수석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 사업, 평생교육 사업, 교육복지 사업 등을 후원했다. 수석문화재단 장학생은 설립 후 지금까지 1900명이 넘는다.

제약산업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을 맡아 11년간 산업계의 기술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정부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1993년 신기술 인정(KT마크)제도를 마련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2년 과학기술분야 최고훈장인 창조장을 수훈했다.

강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자녀 정석·문석·우석·인경·영록·윤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1호실이다. 발인은 5일 6시 30분.

한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회장은 강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류 회장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철저한 건강관리와 왕성한 활동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던 회장이셨다”며 “경제계의 큰 어른으로 계시며 더 오랫동안 저희를 이끌어 주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별의 인사를 드리게 돼 황망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회장님은 29대와 30대 전경련 회장을 맡아 경제사절단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민간외교관으로 활동했다”며 “2005년 APEC CEO 서밋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한미, 한중, 한일 재계 회의를 비롯한 해외 경제인들과의 행사를 주재해 한국경제의 성장비전과 우리 기업의 역량을 널리 알렸다”고 전했다.

또 “2004년 1사1촌 운동을 출범해 농촌 경제 살리기를 모색했고, 2005년 중소기업협력센터 출범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길을 마련했다”며 “경제교육에도 열정을 쏟아 경제 교과서 오류 바로잡기, 중고교 경제 교과서 제작 사업을 추진하시는 등 기업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 땅에 자리 잡는 데 공헌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세상에 태어났으면 남을 위해 뭔가 한 가지씩 해야 한다’는 회장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며 “기업이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고자 할 때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회장님은 실천을 통해 몸소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장님의 생명존중과 나눔의 정신, 그리고 늘 청년같이 뜨거웠던 기업가 정신은 우리 경제계의 소중한 유산”이라며 “그 숭고한 뜻을 후배들은 받들어 이어가도록 하겠다. 이제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평온히 영면하시옵소서”라고 했다.

김수식 기자 imks284@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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