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희 SK텔레콤 혁신사업팀 팀장. (이한수 기자)
심동희 SK텔레콤 혁신사업팀 팀장. (이한수 기자)

2023 국내외 보안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0년 24조5793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연평균 39.8% 성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기술의 표준 제정을 위해 나섰다.

SK텔레콤은 29일부터 9월 8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하반기 국제회의’에서 양자보안통신(QSC) 표준 과제에 대한 개발을 진행한다.

ITU-T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 표준화 부문 국제 기술 표준화를 위한 국제연합(UN) 산하 정보통신기술 전문기구로 통신 분야의 표준을 정하는 단체다.

11개의 산하 연구반이 있다. 정보보호연구반(SG17)은 보안에 특화된 조직으로 연 2회 개최되는 국제회의를 통해 보안에 대한 국제표준과 기술보고서 개발을 위한 활동을 한다.

SG17은 15개의 실무반으로 구성돼 다양한 연구 과제의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한다. SK텔레콤은 양자보안과 차세대 보안 기술에 대한 표준을 수립하는 실무작업반의 의장을 맡아 양자암호통신기술 국제 표준 수립을 선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회의 당시 신규 제안에 성공해 과제로 채택된 ‘양자보안통신’의 표준 개발 작업에 나선다. 

앞서 지난 28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양자 암호 통신과 관련한 이해를 돕고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심동희 SK텔레콤 혁신사업팀 팀장에 따르면 ‘양자보안통신’은 양자컴퓨터의 공격에서 통신 전 과정을 보호하기 위해 상호보완적인 양자키분배기술(QKD)과 양자내성암호(PQC)의 장점을 활용, 시너지를 창출하는 통신보안기술이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제공

QKD는 양자 역학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는 해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보안 강도가 높다. 특히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어 오랫동안 보호해야 하는 데이터에 적용하기 좋다. 다만 하드웨어 기반 기술로 사업자는 물리적인 키 분배 장치를 구간마다 설치하고 운용해야 해서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PQC는 수학적 난제를 활용해 양자컴퓨터가 풀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암호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구현이 가능해 확장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신규 알고리즘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SK텔레콤은 양자암호와 양자내성암호를 통합해 관리하는 솔루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KD와  PQC를 적용한 구간을 연결해 통신 전 구간을 양자컴퓨터의 공격에서 보호할 수 있다. 한 구간에 두 기술을 모두 사용해 보안 강도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예컨대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까지 통신이 진행될 때 유선망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망 구간과 교환국과 기지국 구간에 QKD를 적용하고, 무선망 기반의 기지국과 스마트폰 사이에는 PQC를 적용해 통신 전 구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양자컴퓨터의 공격에서 보호하는 방식이다.

데이터가 대규모로 저장되는 데이터센터와 백업 데이터센터 간, 공공·국방·금융 등 중요하고 민감한 데이터가 저장된 데이터 센터에는 QKD를 적용하고 이를 무선 통신으로 외부에 전송할 때는 PQC를 적용하면 안전한 통신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시행되는 차기 연구 회기에서 정보보호연구반 내 양자암호통신 관련 내용을 다루는 실무 작업반의 표준화 영역을 양자 기술 전반으로 확장하자는 기고도 제출해 이번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심 팀장은 “양자 기반 글로벌 보안 시장을 선도하고자 ITU-T를 비롯해 ETSI(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등 권위 있는 국제기구에서 표준 수립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유망 기술의 규격, 품질 등에 대한 공통 합의가 정해지면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동우 SK텔레콤 퀀텀사업추진팀장과 심동희 혁신사업추진팀장. (이한수 기자)
(왼쪽부터) 김동우 SK텔레콤 퀀텀사업추진팀장과 심동희 혁신사업추진팀장. (이한수 기자)

SK텔레콤은 ETSI에서 양자암호통신망의 자동 제어, 운영 기술 표준을 수립하고 이를 각기 다른 제조사의 통신 장비로 구성된 양자암호망으로 확장하는 표준 개발도 작업하고 있다. GSMA에서도 양자암호와 양자내성암호 실제 적용에 필요한 부분을 논의하는 것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표준 제정 등을 비롯해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IDQ 등과 함께 ETSI에서 각기 다른 제조사의 통신 장비로 구성된 양자암호망을 운용하는 것에 대한 표준 수립과 동시에 해당 기술을 국가 시험망에서 성공적으로 실증을 완료하는 등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상용화에도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또 양자내성암호 관련 글로벌 표준 기술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알고리즘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국제망 VPN(가상사설망)에 양자내성암호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양자암호통신기술에 대한 연구 노력을 바탕으로 2016년 상용 LTE망과 2019년 서울~대전 구간 5G망에 양자키분배기 적용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잇달아 수주를 이루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양자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심 팀장은 “양자키 분배 기술을 보유하고 실제 상용화한 사업자가 많지 않다”며 “우리가 제시한 과제가 채택되는 것은 경험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표준화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우리가 만약 기술력이나 경험이 없다면 과제가 채택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양자암호와 관련한 기술력 등은 SK텔레콤이 글로벌 수준에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자신했다.

하민용 SKT 최고사업개발책임자(CDO)는 “국제회의에서 상호보완적인 양자 암호와 양자 내성 암호의 장점을 활용한 차세대 보안 기술의 표준 수립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SK텔레콤은 국가대표 양자 기업으로서 양자 암호 통신 관련 연구와 사업을 통해 글로벌 양자 암호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수 기자 han85@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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