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여성박물관 부지로 선정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사진=김태은) 
 국립여성박물관 부지로 선정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사진=김태은) 

여성계의 숙원인 국립여성사박물관 개관이 2026년으로 미뤄졌다. 2012년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가 발족하고 법적 근거도 마련됐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표류해 온 사업이다.

박물관은 반환된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조성되는 용산 공원에 들어서려다가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에 대지를 확보하고,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설계공모 당선작을 뽑았다. 하지만 2024년 말 준공키로 한 일정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 기증물을 수집 중인 국립여성사전시관 측은 2026년 오픈이 목표라고 하지만, 기존 건물부터 헐겠다는 공사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의 영향이 박물관 건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미션이 여가부 해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여가부가 새로 일을 벌인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여가부는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 ▲청소년 활동·복지 지원 및 보호 ▲가족 및 다문화가족정책의 수립·조정·지원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라는 크게 4가지 목적으로 설립됐다. 신설된 지 20년이 넘은 거대부처를 대책도 대안도 없이 갑자기 쓸어버리겠다니 구성원들의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가부가 총괄하는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실패에서 위기에 처한 여가부의 현재가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일베’ 혹은 ‘인셀’이라 불리는 일부 여성혐오 성향의 젊은 남성이 벌이는 칼부림 사건이 횡행하는 것도 여가부가 지키는 가치의 붕괴를 상징하는 사회현상이다.

여가부는 여성사박물관의 건립을 ‘미래세대 양성평등 교육의 장’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취지를 뚜렷이 밝힌 바 있다. 표심 몰이를 위한 즉흥적 공약으로 대한민국을 지켜온 정부 부처 하나를 희생 삼자마자 국내외 관련 업무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김태은 작가 thereport@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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