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학부모 악성 민원, 교사 생존권 위협"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사와의 면담을 위한 예약제도를 시범 도입한다. 원하는 학교에 한해 민원인 대기실에 CCTV도 설치된다. 

교육청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에는 실질적인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신속한 법령 개정 요구 ▲법적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구축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우선적으로 담았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둔갑할 수 있는 법적 구멍을 메워야 한다"며 자세한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교사 면담 사전예약 시스템'을 11월께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챗봇·교사별 녹음 전화기 보급 등 악의적이고 잦은 민원에 대한 대응으로 민원창구 일원화 체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체계를 통해 교사에게 들어오는 민원을 1차적으로 시스템에서 분류해 교사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2024년부터는 유·초·중·고 중 원하는 학교라면 모두 운영할 수 있다. 

교사와의 전화통화·면담을 원하는 학부모는 '서울학교안전 앱'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일반적인 민원은 챗봇을 활용해 응대한다.

교사별 녹음 전화기도 확대 보급한다. 챗봇으로 답변이 어려운 생활지도 등에 대한 문의사항으로 통화할 경우 녹음이 가능한 사무실 전화기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정상적 교육 활동 침해를 넘어서 교사 개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해당 시스템이 악성 민원 자체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겠지만 감정이 북받치거나 욱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쿨링 다운을 할 수 있는 숙려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출입 관리 강화를 위해 지능형 영상감시시스템이 구축된 '민원인 대기실'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학부모는 교사와 상담을 원할 때 민원인 대기실에서 해야 한다. 교육청은 9월부터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또 교육활동 관련 법적 분쟁에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비 지원 절차 간소화 ▲조례 제정으로 교육활동 범위 확대 ▲소송 초기 변호인 선임비용 선지급 방안 추진 ▲교원안심공제를 통한 분쟁조정 서비스 기능 강화 및 학교 부담 최소화 ▲교원의 법적 대응 관련 참고 자료 제작·보급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교권침해 사안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교원에게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의결 없이도 소송비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교원의 '공적 보험'인 서울시교육청 '교원안심공제'의 소송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절차는 간소화하고 지원 범위는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또 교권침해 피해를 본 교원으로 인정받았을 때만 소송비를 지원하던 것을 교육활동으로 소송 중인 교원으로 확대한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교육활동보호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분쟁조정 서비스'도 강화한다.

교육청은 교원안심공제에서 법률전문가와 분쟁조정 전문가가 개입해 분쟁 조정을 하는 사례를 분석하고 보완할 부분을 파악·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필요시 교보위와 별도로 분쟁조정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함영기 교육정책국장은 "법률·행동전문가 참여, 외부기관 위탁도 검토 중"이라며 "교원 업무 가중을 피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의 중재 기능을 이관하거나 사전조사를 최소화하는 등 방안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달 발표될 교육부의 학생 생활지도 법령 관련 고시안을 토대로 학생들의 생활 규정 예시를 담은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서울 초·중·고에 배포한다.

내년 3월부터는 마음건강 전문가가 학교에 방문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초등학교 전문 상담 인력도 확대 배치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옳고 당연한 것을 가르치는데 대단한 용기를 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교육활동 보호 방안을 통해 쓰러진 교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교육청은 국회에 ▲교원 면책권 부여(아동학대법) ▲정당한 교육활동 범위 명시와 학습권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학교장이 등교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 부여(초중등교육법) ▲교육활동 중 침해행위 발생 시 학생과 교사 즉시 분리(교원지위법) 등 개정을 요청했다.

이한수 기자 han85@thereport.co.kr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