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기술혁신 활용 방안 필요"

(첫줄 왼쪽 8번째부터) 김정각 금융위 상임위원, 백혜련 정무위원장, 어반퓨너레드 ICSA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금융투자협회 제공)
(첫줄 왼쪽 8번째부터) 김정각 금융위 상임위원, 백혜련 정무위원장, 어반퓨너레드 ICSA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금융투자협회 제공)

“현재 국제 금융시장은 팬데믹·전쟁·은행 부실 등을 겪으며 아주 불안정한 상태다. 시장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술혁신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와 규제담당자들의 협업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브라이언 패스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회장은 20일 열린 국제증권협회협의회(ICSA) 국제컨퍼런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투자가 늘면서 채권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친환경 채권투자가 전 세계 시장의 큰 비중(약 15~20%)을 차지한다”며 친환경 채권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ICSA 국제컨퍼런스는 연차총회 기간 중 3일 차에 마련됐다. ‘금융 산업의 미래를 대비하다(Future-proofing the Financial Industry)’를 테마로 300명 이상의 금융투자협회 회원사와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이 참석했다.

ICSA 연차총회는 국제 자본시장 주요 현안과 시장동향 파악 등 ICSA 회원 간 정보 공유를 위해 매년 대륙별 차례로 개최되고 있다. 연차총회 첫째 날과 둘째 날은 ICSA 내부 안건처리 등 ICSA 회원들만 참여하는 비공개 행사로 진행됐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디지털과 테크 혁명, 가상자산 시장, 선진 글로벌시장의 성공적인 모험자본 공급 체계, 거래플랫폼의 다각화 트렌드(ATS·내부주문집행·STO 등), 평생소득·퇴직연금 중심의 글로벌 자산관리시장 트렌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피터 매티슨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전무는 “미국 금융 시장은 예상보다 더 탄력적으로 회복됐지만, 2024년 예정된 미국 대선으로 시장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며 “미국의 내년 GDP 성장률은 1.7%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인플레이션은 2023년 말, 2024년 말 모두 3.0%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78%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5.00~5.25%까지 올랐다 그 이후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어반 퓨너레드 스웨덴증권시장협회(SSMA) 회장 겸 ICSA 회장은 유럽의 현 금융상황에 대한 설명을 통해 “코로나19 시대 이후 유럽의 금융시장은 회복권에 들었으나 아직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브렉시트 이후의 EU의 자본시장동맹(CMU)의 취지를 살려 유럽 시장의 단일화를 통해 새로운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정각 금융위 상임위원, 백혜련 정무위원장, 어반퓨너레드 ICSA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금융투자협회 제공)
(왼쪽부터) 김정각 금융위 상임위원, 백혜련 정무위원장, 어반퓨너레드 ICSA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금융투자협회 제공)

미국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전문가인 블랙스톤의 조너선 복 대표는 ‘모험자본 시장 성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미국 BDC 시장 현황과 전망을 소개했다.

그는 “BDC 투자는 일반적으로 약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대출(DL)에 집중돼 있지만,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4조 달러(약 5000조 원)에 육박하는 파이낸싱 잠재 규모를 보이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했다.

국의 옥토퍼스 인베스트먼트의 조나단 딕스 CIO는 ‘VCT(Venture Capital Trust)가 이끈 영국 초기단계 투자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VCT의 선정 기준, 투자전략 등에 대한 설명과 VCT를 통해 벤처 투자 금액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현재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자기 매김한 세제주도형 상품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가 있고 VCT 투자받은 기업의 성장으로 7만 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창출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무슈탁 카파시 ICMA 아시아대표는 지역별 채권시장에서의 분산원장기술(DLT)관련 활용과 규제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최신 인공지능(AI)·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 거래 및 분류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발표도 진행했다.

전병서 경희대 교수는 “미·중 갈등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아직은 미국 시장이 우세하지만, 앞으로 반도체·배터리 전쟁의 향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와 유망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제도 도입이 발표됐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이번 발표는 업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고 했다.

‘금융 거래플랫폼의 다각화 벤치마킹’ 세션에서는 앤더슨모리앤토모츠네의 켄 카와이 파트너 변호사가 일본의 토큰증권시장 관련 규제현황과 활용사례 등을 전했다. 일본 노무라의  피라스 하즈타엡 퀀트트레이딩전략 글로벌 대표는 전 세계 다크풀 시장 현황, 운영방식 및 유동성 솔루션에 대한 각종 예시를 제시했다. 

‘글로벌 자산관리 최신동향’ 세션에서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의 앨리스 로 CEO는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60세 이상 인구의 수가 5세 이하 인구의 수를 압도하고 있다”며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연금시장의 중요성과 홍콩의 법정 기업연금제도(MPF)의 디폴트옵션제도 등 연금제도는 최대한 운용비용을 낮춰야 하며 상품 설계 시 세제 혜택을 충분히 반영하고,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토시 노지리 핀웰리서치 CEO는 “일본의 개인종합관리제도인 NISA가 2024년부터 투자금액과 비과세보유 기간이 연장되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터 스튜어트 머서 선임 컨설턴트는 미국과 영국의 연금시장 현황에 대한 발표를 통해 “우리가 은퇴자들이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가설에만 의존해서 상품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통계 등을 통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유연한 연금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에서 평생소득 창출을 위해 퇴직연금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상품을 소개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서울에서 개최된 ICSA 연차총회와 국제 컨퍼런스가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융투자업계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 우리 자본시장업계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솔루션을 위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회에서도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을 제고하고 자본시장의 글로벌 스탠다드화와 경쟁력을 향상하는 법률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겠다”며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구체적인 입법을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연차총회를 언급하며 “암호화폐와 디지털 시장, 국제 통합규제 권고안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입법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세계 금융규제가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감독 당국도 열린 자세로 오늘 논의되는 건설적인 의견들을 깊이 경청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전했다.

장상오 기자 fic@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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