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치료나 도움을 찾기까지 더 오래 기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더 리포트]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10년 넘게 안고 있다.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예방백서(2016)’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12.1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5.6명으로 연간 1만3,092명, 매일 36.8명이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연령별 자살률을 보면 30대와 40대는 OECD 국가 증 최고다.

우리사회의 중추격인 40~50대 자살률 역시 높아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7.2%다. 자살 사망자 10명 중 4명인 셈이다. 그중 남성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8.2명이다.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배 높다. 남성 쪽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임금근로자보다 자영업자 쪽이 더 많다.

논문 <일자리의 성격과 삶의 질:중·고령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자살>(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2018>에 따르면 40~50대 남성 자영업자들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이 59.7명으로 40~50대 남성 임금근로자 자살률 27.2명보다 2.2배 높았다.

저소득층에서는 더 심각하다. 소득 하위 20%, 남성 40~50대 집단에서 자영업자 자살률은 113명으로 같은 조건의 임금근로자 자살률 42명에 비해 거의 3배 수준으로 높았다.

그럼 누가 자살의 유혹에 약할까.

논문 <중년 직장남성의 자살사고 예측요인-Predicting factors of suicidal ideation in middle-aged working men>(유현, 한양대학교 임상간호정보대학원, 2018)에 따르면 학력은 대졸 학력 미만에 배우자가 없고, 불안정한 직업과 월평균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사고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졸이상의 배우자가 있고 안정된 직업과 월평균 가구소득이 높고,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높았다.

자살을 시도하는 중년남성의 심리에 대해서는 논문 <자살시도 중년남성의 체험>(진은영, 전북대학교 대학원, 2014)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살을 시도한 중년남성의 체험의 본질과 의미를 알기 위해 자살을 1회 이상 시도한 중년남성 6명을 심층 면담했다.

분석한 결과, 자살을 시도한 중년남성 체험에 대한 키워드는 ‘절망의 끝, 마지막 비상구’,‘힘겨운 삶, 더해지는 중년의 허무’, ‘차마 털어내지 못한 가슴속 울분’, ‘깨어진 가족, 벗어날 수 없는 굴레’, ‘닫힌 세상, 막힌 관계’, ‘어두운 터널,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참여자들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상황에서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였다.

문제는 자살을 시도한 이후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논문은 “참여자들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털어내지 못하고 가슴속에 응어리를 안은 채 망가져 버린 자신을 향한 번민과 약자로 살아가는 서러움에 힘들어하고 있었다”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눅 들고 결국 세상을 향한 마음의 빗장을 굳게 잠그지만, 힘겨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카운티 자살예방위원회는 보고서(2017년)를 통해 중년 연령층의 남성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치료나 도움을 찾기까지 더 오래 기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사각지대에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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