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에 사람이 몰려오고 있다" 말했지만
‘인생2막’, ‘재취업 성공’ 등으로 평가 절하 시각도
김용진 불명예 퇴진 후 캠프 실세 꼽힌 김화준 비서실 입성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된 A씨의 인사전횡 '說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국제보트쇼 & 2023 한국 국제 낚시박람회' 에서 릴낚시 체험을 하고 있다.  2023.3.3 조병석 기자 bs@thereport.co.kr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국제보트쇼 & 2023 한국 국제 낚시박람회' 에서 릴낚시 체험을 하고 있다.  2023.3.3 조병석 기자 bs@thereport.co.kr

김동연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관심을 모았던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장 선임이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에 최창수 전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내정하면서 사실상 ‘김동연호 1기’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기대했던 ‘공정’이나 ‘신선함’, ‘감동’도 없는 일방적 인사란 혹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이 김동연 캠프와 인수위원회 시절 ‘막후 실력자’로 불리며 경제부지사로 경기도에 입성했던 김용진 전 차관이 ‘스폰서 의혹’이 불거지자 ‘김동연호 낙마 1호 인사’로 불명예 퇴진했는가 하면, 대선과 지선의 연이은 참패 이후 경기도로 발길을 옮긴 중앙정부와 서울시 출신 등 정무직 인사들에 대한 ‘이삭줍기’, ‘재취업’ 등의 평가절하가 깃든 눈총과 함께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보은·낙하산 인사'가 판을 친다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향후 도정을 둘러싼 쉽지 않은 동거란 우려도 나온다.

김동연 지사의 취임 즈음 캠프 출신 고은영, 이은호, 박범준 등의 정무직 비서관 채용을 시작으로 닻을 올린 ‘민선8기’ 경기도 인사는 김동연 캠프와 인수위 시절 ‘상왕’으로 불린 김용진 전 차관의 경제부지사 임명, 노무현·문재인 정부 비서관 출신의 김남수 정책수석, 강권찬 기회경기수석과 3선 경기도의원 출신 김달수 정무수석 임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동연 경기도정의 ‘넘버2’로 불리던 김용진 전 부지사의 경우 술잔투척 논란과 스폰서 의혹 파문 속에 취임 4일만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김동연표 인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자초했고, 3선 수원시장 출신의 염태영 경제부지사가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 김 지사 비서실 모 비서관의 '화장실 몰카 사건'이 공개되면서 인사 기준과 검증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또 김 부지사의 자진 사퇴 이후에도 감사관과 대변인에 노무현·문재인 정부 비서관과 행정관을 지낸 최은순씨와 김진욱 전 민주당 대변인이 각각 기용됐고, 경기국제공항추진단장과 사회적경제국장에 한현수 전 국방부 기조실장과 석종훈 전 문재인 정부 비서관을 임명하는등 중앙정부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기용은 계속됐다.

이밖에 신설된 행정수석에는 김 지사의 덕수상고 1년 선배인 이성 전 구로구청장이 임명됐고, 김동연 캠프 상황실에서 총괄역을 담당하며 ‘김용진-김남수-김화준 라인’의 핵심으로 꼽혔던 김화준 실장의 경우, 비서실 비서관에서 뜬금없는 승진인사로 관심을 모은 이은호 언론협력담당관의 후임이자 사실상의 수석비서관으로 언론과 정계 등의 관심에서 비껴나며 조용히 경기도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산하기관장 인사의 경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에 강성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효성 전무 출신의 조원용 사장이, 경기연구원장에는 주형철 문재인 정부 전 경제보좌관이 각각 임명됐다.

이밖에 시석중 전 IBK기업은행 부행장과 김세용 전 SH 사장, 유인택 전 예술의전당 사장,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각각 경기신보 이사장과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경기문화재단,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에 이름을 올렸고, 김택수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추천돼 임기를 시작했다.

김 지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기우회 조찬 강연에서 "경기도에 사람이 몰려오고 있다. 직급을 강등해서라도 경기도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에 공감하고 뜻을 모으기 위해서, 힘을 모으기 위해서 경기도로 오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하면서 상대적으로 ‘재취업’과 ‘임기연장’ 등이 어려워진 중앙정부와 당, 서울시 인사들이 직급을 낮춰서라도 앞다퉈 경기도에서의 자리찾기에 매달린 결과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실제 김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과 앞서 진행된 서울, 부산 광역단체장 재보궐 선거는 물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와 광주·전남·전북·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광역단체장을 국민의힘에 내줬는가 하면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정무직과 임기제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리가 4, 5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 ‘바늘구멍뚫기’라는 비유까지 나오는 민주당 계열 인사들의 ‘취업난’이 극에 달한 상태라는 자조속에 중앙 인사들의 지방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어서 이들의 경기도 합류가 ‘오버스펙’으로 포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인생2막’, ‘재취업 성공’ 등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게다가 안혜영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원장과 원미정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민경선 경기교통공사 사장, 성수석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남운선 도일자리재단 북부사업본부장, 오완석 GH 균형발전본부장, 이원웅 경기대진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전승희 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미래교육캠퍼스 양평본부장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도의원 출신인가 하면 GH 경영기획본부장,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경기도주식회사 상임이사는 ‘자체발탁’ 등이 아닌 김 지사와 덕수상고 동문이어서 ‘사람을 정해놓고 그 사람에 맞는 일이나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철학이 제대로 실현된 것이 맞느냐 하는 의구심 속에 ‘보은·측근 인사’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민선8기 들어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에 대거 입성하고 있는 정무직과 임기제의 경우 일각에서 공공연한 선임 기준으로 거론되는 ‘이재명계 배제’와 ‘김동연계 구축’ 등과 함께 ‘탕평·공정’이란 기대와 달리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된 A씨 등 일부 인사들의 추천과 입김, 세평,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등이 사실상 채용에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노골적인 회의감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선과 지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패하면서 과거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협회, 광역·지방정부, 산하 기관 등 정무직 인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상상 이상으로 턱없이 줄었다. 말 그대로 민주당의 취업난”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고, 오버스펙도 배부른 소리다. 어느 자리가 됐든 갈수만 있다면 직급을 낮추는 것은 기본이고, 임용만 돼도 감지덕지 하며 ‘장’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되는 상황으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동연 캠프 상왕으로 불렸던 김용진 전 부지사의 라인으로 불렸던 김남수-김화준 실장이 다른 이들과 경쟁관계를 빚었고, 김 전 부지사의 불명예 퇴진 이후에도 결국 김동연 인사의 판을 짜는 막후 실세로 꼽혔을만큼 강했던 위세가 여전한 것 아니냐”며 “이력을 보면 인물 면면이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겉으로야 청와대와 중앙정부 출신, 서울시와 중앙당, 대기업 출신이라고 딱지를 붙여 포장해 ‘대권주자급 김동연’의 이미지 창출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실 경기도를 제외하고 이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인 상황에서 인물 발탁에 대한 감동이나 스토리가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luckys0326@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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