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역사 하면 누구나 자연스레 ‘서양사’와 ‘동양사’로 나눈다. 서양사는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해 중세-대항해시대-르네상스-종교개혁을 거쳐 산업혁명과 근대 문명으로 이어지는 ‘세계사’다. 반면 동양사는 중국사 일변도다. 나머지 세상은 지역사, 변방사, 비주류 역사다.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이 관점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인류문명을 이끈 ‘중심문명’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새 책 <인류 본사>는 오리엔트-중동 지역을 바탕으로 다시 쓴 인류사다. 

책에 따르면 ‘오리엔트(Orient)’는 '해가 뜨는 곳’이란 의미의 라틴어 ‘오리엔스(Oriens)’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그곳은 오늘날 터키 공화국의 영토인 아나톨리아반도를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문명을 발아시킨 역사의 본토다. 

또한 중동(中東)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기반으로 신화·문자·정치·기술 등 인간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온갖 문물을 창조해낸 문명의 요람이다.

"오리엔트-중동은 인간사회가 등장하고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만 2,000년 동안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중심지였고, 6,4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양과 서양의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주며 교류 발전을 주도한 문명의 핵심 기지였다."-본문 중

틀에 박힌 동/서양 이분법에 의해 외면된 ‘오리엔트-중동’의 중양문명이 대대로 복권이 되어야 오롯한 세계사가 될 수 있다.(사진=픽사베이)
틀에 박힌 동/서양 이분법에 의해 외면된 ‘오리엔트-중동’의 중양문명이 대대로 복권이 되어야 오롯한 세계사가 될 수 있다.(사진=픽사베이)

특히 이 책에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중양(中洋)’이란 단어다. 서양도 동양도 아닌 중양.

책은 이 중양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읽어야 동양 /서양 이분법이 유발한 역사 왜곡과 인식 단절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루는 범위도 광활하다. 기원전 1만 년 아나톨리아 문명부터 근대의 오스만과 무굴 제국에 이르기까지,15개 제국과 왕국의 역사다. 이를 통해 오리엔트-중동 세계의 1만 2,000년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복원해냈다. 

무엇보다 오리엔트-중동 현지 유적지를 직접 누빈 저자의 답사기와 200여 장에 달하는 생생한 컬러 사진이 눈길을 끈다.

1만 2,000년의 찬연한 역사와 신비로운 문화를 따라가다보면 인류의 본사(本史)를 다시 정립해야한다는 '중양'적 시각에 수긍하게 된다.

이희수 / 휴머니스트 / 2022
이희수 / 휴머니스트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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