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지난해 여름 젊은 층에서 입소문이 나며 펜데믹 절정기에도 4만 명이 다녀간 전시 ‘어반브레이크 아트페어’가 오는 21~24일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제2의 커즈(KAWS)'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멧곤덱(MATT GONDEK)을 비롯, 뱅크시(BAKSY), 디페이스(D.FACE), 인베이더(INVADER), 로비(ROBY DWI ANTONO)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를 확정한 가운데 Qrock(큐록,본명 송규락) 작가도 오픈콜 작가로 초대를 받았다.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제품디자인 영역에서 한 획을 그은 큐록 작가

Qrock은 디자이너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디자인 영역에서의 활동을 활발히 해온 디자인계의 엘리트이다. 

제품디자인뿐 아니라 디자인을 공예화한 작품 활동을 하던 그가 회화작가로서 첫 행보를 젊고 파격적인 경향을 가진 어반 브레이크 아트페어를 선택한 데에는 교수와 디자이너로서의 모든 경력과 위치를 내려놓고 회화 영역에로의 데뷔를 위한 도전이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회화와 극사실주의,그리고 키치와 디지털을 오가며 사이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과정과 전시 방식에서도 차이를 만들어 낼 것으로 주최측은 기대를 하고 있다.

디지털 회화, 캔버스와 물감의 대체물로 더 사실적

Qrock의 작품은 아이패드 회화이다. 캔버스와 물감 대신 작가가 선택한 재료는 디지털이다. 아이패드의 브러시 앱이나 프로크리에이터와 같은 드로잉 앱을 이용한 드로잉은 오일페인팅에 나타나는 색감과 주제를 그대로 재현가능 하게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같은 거장 역시 자신의 아크릴 물감 작품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형상을 디지털 화면에 그대로 표현하여 전시하고 지속적으로 디지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의 작업은 극사실주의 작가들이 그러하듯,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먼저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일명 포토리얼리즘 즉 극사실로 재현한다.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입히고 음영을 넣는 과정은 전통 회화의 표현과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패드에 드로잉 펜을 그어 그리지만 드로잉 툴에서 선택해야하는 펜과 브러시, 색과 질감은 실제 화가들이 사용하는 화구 이상으로 다양하다. 

또한 농담과 컬러를 선택하고 음영의 표현을 위해 액정화면에 수 천 번의 붓질을 올리는 것은 모두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고 마침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빛을 매개로 한 스크린에 재현된 이미지들은 생동감 넘치는 색과 질감을 고화질로 강렬하고 매끈한 또 다른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극사실주의 키치 디지로그로 환원되다

아이패드 회화로서 극사실주의 키치(Kitsch)인 그의 회화는 추상미술, 사진은 물론 기존의 미술에 대한 반발이자 일상성에의 주목이다. 

아이패드 회화로 극사실을 재현하는 것은 디지털 위에 쌓는 아날로그적 수행과도 같다. 전통적 회화 재료와 표현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지만 사진처럼 보여야하는 작업 자체는 캔버스에 연필이나 물감을 올리는 행위를 위한 연마와 반복적, 신체적 수행은 디지털매체 위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좀 더 강도 높은 극사실적인 표현을 위해서 쌓아야 하는 레이어는 상상을 불허한다. 

그가 말하는 디지로그(digilog) 그 자체이다. 한편 그의 작품은 정교함의 진중함과 키치함의 익살스러움이 공존하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큐록 회화에 차용된 오브제들은 모두 투명 비닐 봉지에 담긴다. 

소위 쇼윈도에 진열된 낱개 포장처럼 소비와 소유를 자극하는 욕망의 기호로 읽히는 투명 베일인 비닐봉지는 지각의 영역과 욕망의 영역 모두에서 작동하는 바, 투명함과 반짝거림과 주름의 극사실적 재현은 지각의 영역에서 그리고 포장된 상품의 이미지화는 욕망의 영역에서 따로 또 같이 작동된다. 원본 이미지의 복제 혹은 복제의 복제를 감행하지만 비닐이라는 투명 장막은 원본과도 혹은 원본의 복제물과도 차이를 생성하는 키치이다.

봉다리 반가사유상,동시대 미륵보살의 현현(顯現)

국보 83호와 78호 반가사유상의 미니어처 굿즈를 재현한 작품은 성도(成道) 이전 석가모니부처님의 인간적인 신체 모습을 재현하려 애썼던 6세기금동반가사유상을 대담하게 파스텔 컬러로 재현한 미니어처는 자체로 모더니티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Qrock의 비닐 봉지 반가사유상은 비록 원본(국보)의 아우라는 미약해졌지만 극도로 반짝이고 사실적이며 소유욕과 현시적 색감정이 엉겨 붙은 채로 동시대에 나투어진 미륵보살이다. 

정교함의 진중함, 키치함의 익살이 가장 극대화된 작품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함께 그에 반목하는 진중함의 이색적인 비장미를 사이사이 보여주는 조형미를 갖춘 작품이다. 

태자 싯다르타의 생로병사 고뇌에서 비롯된 반가사유상이 페르시아와 간다라미술의 영향으로 화려한 보관을 쓰고 나투었듯 실제와 가상이 혼재하는 작금에 그의 작품은 백남준의 ‘TV붓다’가 그러했듯 혼성적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에게 온화한 미소로 나투는 미륵보살이다. 모니터 액정과 실물작품, 그리고 메타버스와 NFT로도 현현하면서 말이다.

전통적인 회화와 극사실주의 ,그리고 키치와 디지털을 오가며 사이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디지털 회화가 캔버스와 물감의 대체물로 더 사실적인 회화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Qrock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대학 공업디자인학과와 동경예술대학교 미술대학원 기기디자인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현대전자 산업전자 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본. D’CODE DESIGN 디자이너, I.F DESIGN 디자인 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용인예술과학대학교 리빙디자인과 교수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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