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22일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그림은 ‘나를 가둔 벽’ 허물어 가는 과정”

장민숙 작가. (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장민숙 작가. (금보성아트센터 제공)

[더리포트=조아람기자] 시작은 풍경화였다. 동화속에  나올법한  집들이 나무들 사이에 파스텔톤 색체로 펼쳐져 있었다. 줌으로 당긴 듯이 그려진 집들은 투박하지만  색은 곱고 아련했다. 어느순간부터 집들의 형태는 사라지고 그 공간은 색들로 채워졌다. 

색다른 색면추상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장민숙 초대전이 내일부터 22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색색의 그 많던 집들은 다 지워지고... 나의 그림 속, 그 수 많은 집들은 그만큼이나 많았던 내 안의 나였다. 혼자 있을 때, 누군가와 함께일 때, 역할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나를 만나게되는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늘 힘들었고 부끄러웠고 한껏 주눅이 들었다가 들떴다가 엉뚱하고 무모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언제나 달랐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는 날은 너무 기진맥진 했고, 불쑥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대해선 오랫동안 후회하거나 자책했다. 각각의 견고한 벽을 가진 집들의 골목골목을 나는 참 오래도록 방황하고 헤매었다.”

장민숙 작가 작품.
장민숙 작가 작품.
장민숙 작가 작품. (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작가는 벽을 가진 집들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다.

“낡고 오래된 집의 벽에는 그 안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행복과 불행, 사랑과 고통으로 견딘 시간의 집적,질긴 삶의 냄새가 고스란히 베여있는 것 같다. 나의 그림 속 집들은 그 많은 기억들을, 상처를, 기쁨을 다 기록한 자화상이다. 나를 부끄러워 한 만큼 내 그림들을 부끄러워 했다. 그 ‘많은 나’중에서 나를 찾기  위해서 물리적 격리, 의도적 소외가 절실했다. 그건 어쩌면 살고자하는 본능적 요구였다. 결국, 그림은 핑계거리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버리는 기나긴 과정,비약과 후퇴의 반복, 내 이상의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오랜 집중의 시간들이 내가 아닌 나를 조금씩 지워나가게 만들었다. 참으로 감사한 치유의 과정이었다.”

 작가는 비로서 벽으로 이뤄진 집들을 부셔버리고 자신만의 색깔을 펼쳐 낼 수 있게 됐다.

“그 견고한 벽들을 허물고 오래 머물 수 있는 나의 공간을 나는 스스로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작품을 만드는 과정, 그 순간을 살며 느끼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모습은 그림으로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예술가는 그림에서 ‘응시로서’ 자신을 보이며, 자신을 그림으로 만드는 존재”라고 했다. 현대미술은 특정한 형식 보다는 생산자의 주체성을 더욱 중요시 여긴다. 자아의 정체성은 이미지의 반복을 통하여 모방적 재현을 넘어서게 해준다. 장민숙 작가의 작업이 그렇다.

“요즘엔 그림에 대한 완성의 강박관념도 사라졌다. 그저 과정을 즐길 뿐이다.”

 그는 색도 튜브물감 색 그대로를 쓴다. 섞지 않고 물감원색을 즐긴다. 자신만의 감성적 채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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