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새해 들어 암울한 소식이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소비불황의 시작에 들어섰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이 8일 새해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세금과 이자 비용 증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와 가계자산 정체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저축률 상승, 저축의 역설, 내수경기 구조적 불황에 따라 엄혹한 환경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연초 수출증가율이 감소로 전환되면서 1분기 한국경제는 상당히 깊은 경기침체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에 서다. 주요 내용이다.

사람은 불안하면 저축을 늘린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앞날이 불안하면 돈을 쓸 수 없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전체 경제에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맨 처음 간파한 이는 케인즈였다. 그래서 이걸 저축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은 저축의 역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가계는 현재 이중고에 시달리며 저축률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처분소득의 감소가 심각하다. 통계청에서 분기에 한 번씩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 보면 비소비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분기 22.4%를 기록, 지난 몇 년간 유지되었던 18%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비지출이 증가하면 당연히 가처분 소득은 감소한다.

비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경상조세와 가구간 이전지출 항목이다. 즉 세금을 많이 내고 있고 고령화로 인해 돌볼 가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세금 비중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빠르게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세금이 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3.4%에서 2018년 3분기 현재 23.7%까지 올라갔다. 한편 가계 소득에서 세금과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9%를 기록하면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 소득 감소와 가계자산 정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비용 부담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 가계는 2017년 35조 원, 2018년 37조 원에 이어 2019년에는 40조 원의 이자 비용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미 시행된 대출 규제와 더불어 이번에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2019년 가계는 연간 2~3조 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물론 이자 비용이 본원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절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과거처럼 가계순자산이 증가하는 구간에서 이자 비용 부담이 같이 늘어나는 것과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계자산의 증식이 정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자 비용 추가부담은 고스란히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 이자비용 부담 발생으로 인해 가계소비는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경기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가계자산 증식이 정체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즉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가계 자산도 정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가계 순자산은 가처분 소득 대비 현재 4.8배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들어 정체국면이다.

가계가 소비를 할 때 보유 자산의 수준은 매우 중요하다. 통상 가계의 순자산이 증가할 때 가계는 미래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고 그에 따라 저축보다는 소비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가계 순자산이 정체 내지 감소국면이 되면 가계는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가계순자산 증가가 정체되는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가계소비에 매우 불리한 환경을 낳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인 경제여건과 정책 방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가 느끼는 불안한 심리는 고스란히 국내 주식시장에 반영된다. 아래에서 보다시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국내 주식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과 가계의 저축률은 매우 강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즉 불안하기 때문에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과 가계 저축률이 동반 상승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서고 있다. 즉 불안이 팽배해지면서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전체 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가계를 보고 가짜뉴스(fake news)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9년 470조 원 예산을 편성해서 이미 재정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아직 국회 예산안 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확정 상황은 아니지만 재정 확대 기조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확대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우리의 장기 재정상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15~64세 핵심노동인구가 감소추세로 접어들면서 내수경기의 구조적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시적인 재정지출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이처럼 소비경기는 엄혹한 환경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2019년 연초 수출증가율이 감소로 전환되면서 2019년 1분기 한국경제는 상당히 깊은 경기침체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정부의 정책기조는 변하겠지만 이미 늦은 것으로 판명 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은 있지만 이번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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