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은 단연코 경기남북분도다.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분도욕구를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속셈이 묻어난다. 이미 35년 전부터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남북분도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은 걸 보면 선거때면 불씨를 지폈다가 선거가 끝나면 꺼지는 ‘선거용 군불’과도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기남북분도 공약은 온도차는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여지없이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15일 경기북부청 광장에서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 설치를 약속했다.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는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던 염태영 전 수원시장의 공약으로 김 후보가 공약을 승계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의 분도를 의미한다. 김 후보는 “선거캠프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후 공론화위원회를 둬 임기 내 특별자치도 설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남북분도 주장과는 달리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낙후된 북부지역에 생산시설을 확충해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북부지역에 세계굴지의 국내 대규모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밝혔다. 김은혜 후보는 지난달 20일 의정부 경기북부청사를 찾은 자리에서 "분도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분도를 요구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어 분도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기분도론의 역사는 깊다. 제13대 대선 당시인 1987년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다.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도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의 공약으로 다시 등장했다. 2명의 대통령 후보가 내 걸었던 공약이 대통령에 당선되고도 분도 약속이 지켜되지 않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려 현종 9년인 지난 1018년 지방제도를 개편하면서 수도 주변의 고을을 묶어 ‘경기’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지난 2018년은 '경기'를 사용한지 천년을 맞는 해였다.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 싸고 있으면서 서울에서 발생하는 각종 도시문제를 떠 안고 숙명처럼 살아왔다. 특히 경기북부지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까지 겹쳐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을 내건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수원에 산재해 있는 15개 경기도산하 공공기관을 경기북부지역에 분산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문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될 일은 아니다. 선거때면 등장하는 메뉴로도 안된다. 모두가 둘러 앉아 100년 대계로 다루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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