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혼슈 동북부에 위치한 도호쿠 지방의 태평양 해역에서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30분~1시간 뒤 대형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을 덮쳤다. 

신간 <최전선의 사람들>은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취재한 재난 르포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원전 현장에 잠입해 진실을 추적했다. 인터뷰한 취재원만 100여 명에 취재 노트만 약 220권이라 하니 그 집념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기자는 재난의 최전선에서 마치 일회용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노동자의 현실을 철저히 기록했다. 이 중 방사능에 피폭된 한 작업자의 실상은 그 재난의 강도를 말해준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떠난 이듬해 봄, 목욕을 하려고 벗은 속옷이 새빨갰다. 혈뇨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고,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1년 후, 도쿄전력이 부담하는 암 검진에서 대장암과 위암이 발견됐다. 가족력은 없었다. “거짓말이겠지.” 그는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거듭 확인했다. 의사는 “틀림없습니다. 전이된 것이 아니라 각각 생긴 암입니다. 위는 완전히 들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본문 중

특히 전대미문의 재난에 대한 회사와 당국의 대응은 분노를 자아낸다. 사고가 일어난 후 작업자의 피폭이 심각한 문제로 불거졌다. 피폭량이 워낙 높아 장기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도쿄전력은 이대로라면 현장을 떠나야 하는 작업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자 이런 조치가 취해졌다. 

"3월 15일에는 정부 특례로 후쿠시마 제1원전 긴급 작업의 방사선 피폭량 한도가 100mSv에서 250mSv로 상향 조정됐다. 이때 당국의 논의에서 상향 수치를 500mSv까지 올리고, 구명 작업 지원자의 피폭 한도를 무제한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 모두를 경악게 했다."

대책 회의에서 책임자들은 작업자의 생명을 희생시켜 눈앞의 위기에 대처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상정했던 것이다.

이 책은 이웃나라 재난을 뉴스로만 접했던 우리에게 ‘원전 사고’의 충격과 경각심을 생생히 전한다.

가타야마 나쓰코 저 / 푸른숲 / 2022년
가타야마 나쓰코 저 / 푸른숲 /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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