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16세기 유럽에 감자가 전파된 후 이 작물을 먹고 중독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또한 19세기 아일랜드에는 감자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이 발생했다. 대기근으로 아일랜드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우리의 식탁에서 결코 뺄 수 없는 감자의 흑역사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자는 악마의 삭물이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 나오는 내용이다.

"성서에서 하느님은 씨앗으로 번성하는 식물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감자는 씨앗이 아닌 덩이줄기로 번식한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은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한때 중세유럽에서는 마녀재판 등 종교재판이 성행했다. 한데, 이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정에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힌 감자가 서는 날이 찾아왔다. 재판정은 감자에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놀랍게도 마녀로 몰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 세상의 모든 생물이 암수의 조화로 자손을 남기는데, 감자는 덩이줄기만으로 번식한다는 점이 유죄의 근거였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감자에서 토마토, 사탕수수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물을 다룬 책이다. 감자 이야기에서 또하나 기억해야할 역사는 감자가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볼 일이다.

한가지 이 책은 저자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앞의 감자 화형식 풍경을 다음과 같이 위트있게 표현했다.

"아무튼 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에서 침샘을 자극할 만큼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솔솔 풍겼을 텐데,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군침 도는 냄새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사람과나무사이
이나가키 히데히로/ 사람과나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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