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이진수기자] 한국문학의 온전한 서술을 위해서는 지역학 연구가 기초가 탄탄히 정립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지역 중 밀양은 어떤가.

밀양은 조선 개국의 토대를 닦은 춘정 변계량, 한국 유학의 종장인 점필재 김종직, 임진왜란의 구국 영웅 사명대사,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흐름을 주도한 약산 김원봉을 배출한 곳이다. 학문의 합리적 지향 가치를 실천하고 우국충절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밀양 천년의 인물계보와 고전학>(하강진, 2021)은 밀양 천년 역사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어떤 문화를 축적해왔는가를 심도 있게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밀양에서 태어난 학자로, 최근 귀향을 계기로 십 수 년 간 밀양을 연구해왔다. 한국문학의 온전한 서술을 위해서는 지역학 연구가 기초가 탄탄히 정립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밀양을 선택했다.

“밀양은 전국 3대 명루 중의 하나인 영남루에 적층된 시문이 풍부해 누정문학 연구의 핵심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선현들이 진지하게 추구한 학문 전통과 충절 정신이 온축된 곳이라 연구할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판단했습니다.”

밀양은 고려 초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114개 성씨가 더불어 살면서 공동체문화를 일구어 왔다. 이 책은 성씨별 가문들의 밀양 입촌 내력을 자세히 서술했고, 작품 창작 및 지역 문화 창출에 주역을 담당한 인물들의 계보 관계를 상세히 추적했다. 그리고 각 가문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담긴 문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추출해 시대성과 장소성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아울러 고전문학사의 내용과 긴밀히 연계된 인물이나 작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분석했다. 

향촌사회 형성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으되 가문의 행적을 찾기 어려운 재지사족 박림장(朴林長), 조선 전기의 출중한 무장으로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박곤(朴坤), 가슴 절절한 입촌 개척기를 남긴 이홍인(李弘仁),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집중 조명한 밀양기생 운심(雲心), 개화기 굴곡의 역사를 짊어진 밀양부사 정병하(鄭秉夏) 등이다. 

또한 책은 밀양 고전문학의 전개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 영남루 제영시의 주제 양상을 통시적 관점으로 서술했고, 공시적 측면에서서 퇴계학파의 영남루 시 경향을 분석했다. 

이와함께 밀양의 지역성에 대한 타자의 시선과 내부자의 시선을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는 논문을 수록함으로써 밀양고전문학사의 내용과 긴밀히 연계되는 체재를 갖추었다.

저자의 일련의 이 연구는 밀양 고전학에서 처음 시도한 것이다. 밀양 지역의 인물과 문화 정체성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기본 자료로서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을 만하다. 특히 전국 230여 지자체의 관련 기관에서 지역 고전학을 기획할 때 하나의 나침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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