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달은 하나이지만 천 개의 강에 비추네.’

곰곰이 생각해보라, 얼마나 멋진 시(詩)인가. 그런데 그 달이 진리이고 그 강이 중생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이 문구는 단지 가슴을 흔드는 노랫말을 넘어서 정신, 영혼을 일깨우는 경구가 된다. 그렇다면 이 말의 시원인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달리 보일 터다. 진리는, 그것을 상징하는 하나의 달(月)이지만 천 개의 강(千江)에 도장(印) 찍히는 노래(曲)이다. 일반 독자도 그 원본을 쉽게 접할 기회가 생겼다.

신간 <쉽게 읽는 월인석보 10>(경진출판. 2021)은 말 그대로 ‘월인석보’ 10권의 내용을 현대어로 옮기고 문장을 구성하는 각 어절을 분석한 책이다. 월인석보는 알다시피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석보상절(釋譜詳節)’합본이다.

석가의 일대기를 담은 ‘월인석보’에는 석가모니의 행적과 석가모니와 관련된 인물에 관한 여러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불교를 배우는 이들뿐만 아니라, 국어 학자들이 15세기 국어를 연구하는 데에도 매우 귀중한 자료다.

특히 국어 문법 규칙에 맞게 한문 원문을 번역되었기 때문에 문장이 매우 자연스럽다. 따라서 훈민정음으로 지은 초기의 문헌임에도 불구하고, 당대에 간행된 그 어떤 문헌보다도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으로 지은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의 저자 나찬연 경성대학교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15세기의 중세 국어를 익히는 학습자들이 ‘월인석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어로 옮기는 방식과 형태소 분석 및 편집 형식을 새롭게 바꾸었다.

이 책의 출간 계기 역시 진리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부처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부처님의 생애를 쉽게 알 수 있는 책이 필요함을 절감한 것이다. 저자는 “지인인 정안거사(正安居士, 현 동아고등학교의 박진규 교장)로부터 들은 조언”이라고 밝힌다.

책의 내용과 형식은 이 보편성 위에서 이뤄졌다.

원문의 영인을 페이지별로 수록하고, 그 영인 바로 아래에 현대어 번역문을 첨부했으며, 중세 국어의 문법을 익히는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원문의 텍스트에 나타나는 어휘를 현대어로 풀이하고 각 어휘에 실현된 문법 형태소를 형태소 단위로 분석하였다.

또한 원문 텍스트에 나타나는 불교 용어를 쉽게 풀이함으로써, 불교의 교리를 모르는 일반 국어학자도 월인석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이 책에 쓰인 문법 용어와 약어(略語)의 정의와 예시를 책머리의 ‘일러두기’와 부록에 수록하여, 이 책을 통하여 중세 국어를 익히려는 독자를 배려했다.

따라서 대학교의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학과 및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나 불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살면서 뭔가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은 이는 진리의 소중함을 안다. 구도승이나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진리의 빛이 우리 가슴에 이르렀을 때의 기쁨은 헤아리기 어렵다. 이 책을 통해 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월인석보 중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글귀는 다음이다. 아득한 부처의 시대, 지금처럼 달과 강이 흐르는 봄 풍경을 떠올리며 헤아려볼 문장이다.

“부처가 이르시되 “無常(무상)한 이별(離別)이 예로부터 있나니 너희들이 헤아려 보아라. 生死(생사)가 受苦(수고)롭고 오직 道理(도리)야말로 眞實(진실)의 일이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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