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문화산업예술학과).

[더리포트]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서해의 독도’ 격렬비열도에 대한 영토 보존 조치를 촉구하고, 섬의 가치를 제대로 널리 알려 국민적 사랑을 환기시키기 위해 탐구와 연구에 착수하였습니다.“

격렬비열도. 아마 이 단어를 처음 듣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다. '서해의 독도'로 불리는 이 섬의 존재를 알기기 위해 자비를 들여 3년간의 공익봉사(연구)를 한 이가 있다. 바로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문화산업예술학과)다.

그 결과물이 담긴 <(함께 가요, 함께 가꿔요, 함께 지켜요) 격렬비열도>(한울. 2020)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섬 격렬비열도를 비로소 알게 해주는 판도라와 같은 책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격렬비열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종합연구서다. 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격렬비열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격렬비열도는 독도와 같이 우리나라 영해(領海)를 정하는 23개 기점 가운데 하나로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섬입니다. 중국이 기회를 엿보며 탐을 내고 있는데다 정치·안보, 경제, 문화·관광, 환경·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어 ‘서해의 독도’라 불립니다.”

-공익 봉사라고 말하는 3년 동안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섬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자료 발굴과 조사, 현장 답사, 심층 인터뷰 등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론 섬의 탄생 역사와 변천 과정, 환황해권 중심지로서의 섬의 위상, 이 섬 주변의 험로지역을 우회하기 위한 역대 운하굴착 논쟁, 영토전쟁 시대 이 섬의 안보적 가치와 중요성, 섬의 생태 자원과 환경특징, 이 섬에 드리워진 전통문화와 섬에 얽힌 전설·비화, 문학과 예술로 승화된 섬의 판타지와 의미, 생태관광을 위한 섬의 개발 청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담았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격렬비열도를 입체적으로 해부해보니 파고들면 들수록 애국심과 영토애로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격렬비열도에 깜짝 놀랄 만한 ‘엄청난 사건’이 숨어 있다고 책에 적었는데...

“우리나라 초유의 무인도 최장기 조난 참사입니다. 안면도 주민 12명이 혹한의 겨울에 무려 44일간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일이 있었습니다. ‘10 시그마(ten-sigma)’(Hand, 2014)라 칭해도 좋을,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입니다. 운이 나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스럽고 휴머니즘을 자아내며 잘 마무리되었죠.”

-책이 발간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파장이 컸지요. 출간 직후 저자가 방송 출연을 하여 영토 수호를 역설하여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2020.11)에서 진행된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격렬비열도 수호와 국가연안항 개발을 지시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간 중앙정부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버려졌던 섬을 공식적으로 수호하고 항구를 개설해 보존하는 정책적 결정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격렬비열도에 관한 부분적인 보고서는 있었지만 섬의 모든 분야, 모든 요소를 직접 발로 뛰는 탐사연구를 통해 완성한 연구서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저자 김정섭 교수는 신문기자(경향신문) 출신의 문화예술 전공 연구자다. 15년 간 신문기자를 하면서 터득한 다양한 탐사취재 노하우가 학자로서의 문화예술 감각과 끈질긴 연구정신, 그리고 숨겨진 보물을 알리겠다는 열정이 합해서 낳은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소망을 밝혔다.

“정부가 결정한 국가 연안항 사업이 용역연구를 통해 최종 결정되어 차질 없이 조속히 추진되길 소망합니다. 이곳의 생태와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는 친환경 개발을 통해 전 국민이 애틋하고  아련하게 또는 웅장하고 신비롭게 바라보며 다가서는 섬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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