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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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등 농산물 물가 오름세보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둔화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미 급격히 올랐다가 상승 폭이 소폭 줄어든 것에 불과해 소비자 체감은 없다.

지난달 외식 물가를 봐도 세부 품목 중 떨어진 품목은 없다. 가공식품은 물가가 오른 품목이 내린 품목의 두 배가 넘었다.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식용유, 밀가루, 마요네즈 등 8개 품목은 오히려 소비자가격이 올랐다. 

우유와 고추장, 된장, 쌈장, 햄, 아이스크림 등 6개 품목은 원재료가 상승률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최대 4배까지 높았다. 식품과 외식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을 반영해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 부문을 구성하는 39개 세부 품목 중 70%에 달하는 27개는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3.1%)보다 높았다. 1년 전보다 물가가 떨어진 품목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을 구성하는 73개 세부 품목의 물가 상승률을 보면 오른 품목이 49개로 떨어진 품목(23개)의 두 배를 넘겼다. 이 중 28개는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치보다 높았다. 가공식품 3개 중 1개 이상이 전체 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웃도는 셈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지만, 물가 수준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년 전보다 높다.

특히 지난달 빵의 소비자물가지수(130.10)는 1년 전보다 1.2% 올랐다. 수치만 보면 많이 올랐나 싶지만,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2022년 2월과 비교하면 19.0%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김밥은 17.1%, 우유 15.9%, 피자 12.7%, 자장면도 13.9%, 소주(외식) 15.4%, 라면(외식)도 15.0% 뛰었다. 물가 지수만 봐도 불과 2년 새 가파른 상승 폭을 보인다.

이 중 라면 물가지수는 지난달 1년 전보다 4.8% 내리면서 가공식품 중 가장 많이 하락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7.4% 높은 수준이다. 스낵과자 등도 11.7% 높다.

고물가·고금리 등 서민들의 빡빡한 가계 살림과 반대로 일부 식품 기업은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곡물 가격지수(113.8)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170.1) 대비 33.1% 하락했다. 유지류 가격지수(120.9)는 같은 기간 고점(251.8)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은 지난해 49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농심(2121억 원), 삼양식품(1468억 원), 빙그레(1122억 원), 풀무원(620억 원) 등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주요 식품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등이 하락해도 한 번 올린 소비자가격을 내리지 않을 때가 많다”며 “짧은 기간 유례없이 올린 식품 가격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식품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원재료비 하락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며 “가공식품 담합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시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장상오 기자 fic@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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