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무 효율성 증대↑···“악용 방지책 마련해야”

(왼쪽부터)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윤성 감독, 백현정 CJ ENM 신사업추진팀장, 이후정 비브스튜디오스 이사, 오현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책임연구원. (이한수 기자)
(왼쪽부터)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윤성 감독, 백현정 CJ ENM 신사업추진팀장, 이후정 비브스튜디오스 이사, 오현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책임연구원. (이한수 기자)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의 챗GPT에 몇 가지 키워드를 넣고 명령하면 시·소설·노랫말 등을 만들어 준다. 아직 완벽한 단계는 아니지만, 충분히 참고할 만큼의 수준까지 왔다. 이렇듯 인공지능(AI)은 사무적인 일부터 창작활동까지 다방면에 진출해 있다. 이 때문에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AI는 어디까지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26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23 콘텐츠 산업포럼’의 ‘AI 시대, 방송산업 변화와 전망’ 세션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다뤄졌다.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영화 ‘범죄도시’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 백현정 CJ ENM 신사업추진팀장, 이후정 비브스튜디오스 이사, 오현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책임연구원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백현정 CJ ENM 신사업추진팀장은 “AI를 활용한 업무를 해본 결과 어디까지나 도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10년 전 AI 번역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번역가가 일자리를 잃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번역가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백 팀장은 “현존하는 기술에서는 분명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것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처가 필요하다”며 “올바른 AI 기술 활용이 궁극적으로는 많은 업무에 대한 효율성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팀장에 따르면 콘텐츠 시장에서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부분은 AI 기술을 활용한 유통이다. 

한국의 콘텐츠가 해외로 유통될 때 저작권이 있는 음원과 이미지를 모두 교체하고 각 국가에 맞게 번역·자막·더빙 등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작업을 수동으로 했지만, 한류 문화의 확산으로 정해진 시간에 많은 양을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백 팀장은 “더 많은 콘텐츠를 적기에 내보내기 위해 AI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현정 CJ ENM 신사업추진팀장. (이한수 기자)
백현정 CJ ENM 신사업추진팀장. (이한수 기자)

메타버스CG·VFX 전문 제작사 비브스튜디오스의 이후정 이사도 “AI 기술은 창작의 도구일 뿐”이라며 “AI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사람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오현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책임연구원도 “인간과 AI는 담당하는 역할 분야 자체가 다르다”며 “AI는 인간이 상상하는 것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했다.

오 연구원은 “현재 현업 종사자들은 AI 기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상상이 상상으로만 그칠 수 있다”며 “오히려 이러한 상상을 AI 기술로 구체화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기획 인력이 앞으로는 필요하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강윤성 감독은 드라마 ‘카지노’를 제작하면서 AI 디에이징 기술을 통해 배우 최민식의 피부를 보정, 30~40대 시절을 연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강 감독은 “최민식이 30~40대 연기한 자료와 현재 얼굴을 3D로 풀 스캔을 따서 젊게 보정한 자료를 모두 AI에 넣었다”며 “촬영하면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카메라 각에 맞게 배우의 얼굴을 보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완벽하게 되지 않아 그래픽 담당자들이 일일이 리터칭하면서 손을 봤다. 또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얼굴에 직접 안티에이징 크림도 발라가면서 촬영했다”면서 “다만 AI 기술은 영상업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딥 페이크 기술이 가짜뉴스에 활용되지 않도록 인격권이나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한수 기자 han85@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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