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자금세탁·탈세·사행성·저작권 문제 지적
위정현 “P2E, 게이머·게임 산업 위해 뿌리 뽑아야”

최근 김남국 발 코인게이트 파문으로 P2E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중 P2E의 선두 주자는 ‘위믹스’를 상장한 위메이드다. 그러나 이용자가 블록체인이나 코인, 대체불가토큰(NFT) 등에 익숙해질 시점인 지금, P2E는 아직 낯설고 먼 개념이다.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이자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되는 P2E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판교 위메이드 사옥. (위메이드 제공)
판교 위메이드 사옥. (위메이드 제공)

돈 버는 게임 ‘P2E’

P2E는 ‘Play To Earn’의 약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뜻한다. 게임상 아이템을 현금화해 게임 플레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의 게임 방식이다. P2E의 개념에 블록체인이 필요하지는 않다. P2E가 등장하기 전 경매장 등 사용자 간 거래, 현금 거래가 활성화한 각종 게임도 P2E의 개념에 포함할 수 있다.

다만, P2E는 게임사가 매번 게임 아이템을 사용자에게 환전해 줄 수 없으므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이 정착된 개념이다. 기존에는 사용자 간 거래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게임머니를 제공하다가 이용자가 현금화 여부를 선호해 통상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게임사가 유저들에게 발행하는 가상자산(코인)으로 환전해 주거나 특정 아이템과 캐릭터를 NFT로 사용자 간 거래에서 시세차익을 보게 해준다.

기존의 게임은 P2W(Pay to Win) 형태다.  P2W는 ‘좋은 아이템을 사서 이기는 것’으로 돈을 쓸수록 캐릭터 능력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이는 게임사들의 대표적 수익 모델이었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 구조다. 

P2P(Pay to Play)는 돈을 주고 구매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정액 과금의 형태로 운영되는 온라인 게임이 포함된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만들어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 이를 다른 이용자에게 팔면 코인이나 현금으로 교환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게이머들 사이에 은어로 통하는 ‘쌀먹’이라는 단어가 있다. ‘게임을 해서 쌀을 사 먹는다’는 문장의 줄임말로 게임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사용자를 비하하는 단어다. 게임 화폐나 아이템을 현금으로 환전, 생계를 유지하는 게이머 혹은 그에 준하는 게이머를 말한다.

게임 경제가 블록체인으로 NFT와 연결되며 일각에서는 “시스템으로 ‘쌀먹’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개발사가 환전 비용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형태를 띠게 되면서 ‘쌀먹’을 시스템화했다는 지적이다. ‘쌀먹’이라는 용어가 게이머를 비하하는 뜻인데 P2E는 오히려 이를 허용했다는 주장이다. 게이머들은 일반적으로 콘솔게임과 같은 싱글 타이틀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쌀먹’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박힌 P2E가 반감을 사고 있다.


스카이마비스 제공
스카이마비스 제공

국내외 P2E 사례

P2E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엑시 인피니티’ ‘미르4 글로벌’ 버전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많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게임이다.

국외 P2E 게임의 대표작으로는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출시한 ‘엑시 인피니티’가 있다. 엑시 인피니티는 수집형 배틀 게임으로 ‘엑시’라는 동물 캐릭터를 교배해서 새로운 ‘엑시’가 나오면 그것이 NFT로 남게 된다. 해당 캐릭터를 이더리움으로 매각할 수 있는데 AXS라는 코인으로 거래된다. 이더리움에 투자해 게임 캐릭터를 사야 하므로 초기 비용이 든다. 그런데도 동남아에서는 실제 이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있다.

국내 개발 게임으로는 위메이드에서 서비스하는 ‘미르4 글로벌’ 버전이 있다. 게임에 나오는 자원인 ‘흑철’을 드레이코 토큰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드레이코 토큰을 위메이드 측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로 환전하는 시스템이다. 즉 미르4를 플레이하기 위한 가장 큰 목적은 흑철을 위믹스로 바꾸는 ‘쌀먹’이다. 

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 제공

이렇게 교환한 위믹스는 업비트와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한국 서버에서는 환금성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거부 사유가 되므로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게임사가 반발하고 나섰지만, 개인 단위로는 VPN을 사용해 글로벌 서버를 플레이하는 한국인이 존재한다.

P2E는 국내외로 많은 개발자와 게이머에게 “내적 재미를 위해 찾는 게임이 외적 보상을 위한 무언가로 탈바꿈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스팀에서는 NFT와 연결된 게임을 금지했다. 미르4의 스팀버전은 현재 NFT 기능이 제거됐다.


스카이피플 제공
스카이피플 제공

韓 P2E 합법화? ‘사행성’ 조장···확률형 아이템에 ‘환금성’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게임 규제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마찰이다. 정부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P2E에 대한 국내 확산을 막고 있다. 반대로 게임업계는 블록체인과 NFT를 이용하는 것이 게임 거래에 있어 더 투명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환금성·사행성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어 P2E 게임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스카이피플은 2020년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 for 클레이튼’을 국내 구글·애플 앱 장터에 출시했다. 스카이피플은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엑스(Ground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미네랄(MNR)’을 발행했다. 게임 내 아이템을 NFT로 소유할 수 있고, 이를 외부 거래소로 보내 가상자산 ‘미네랄’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위는 사행성 등을 이유로 자체 등급 분류를 직권 취소했다. 게임위는 ‘파이브스타즈’ 속 NFT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금지되는 점수보관증 등과 유사한 경품이라는 점과 NFT가 현금화할 수 있는 상황에 우연성이 결합,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을 막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스카이피플은 게임위를 상대로 등급 분류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한돌파 삼국지. (나트리스 홈페이지)
무한돌파 삼국지. (나트리스 홈페이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월 스카이피플이 게임위를 상대로 낸 등급 분류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이 제기된 2021년 5월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법원이 P2E 게임에 대한 국내 유통 금지 조치가 합당하다는 취지의 첫 판결을 했다. 게임산업법 제28조는 게임물 사업자가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법원은 게임과 관련한 NFT 등이 경품에 해당함과 동시에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봤다.

스카이피플에 앞서 국내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도 2021년 등급 분류 취소 처분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나트리스가 게임위를 상대로 낸 등급 분류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역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나트리스의 P2E 게임 무한돌격 삼국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상화폐인 ‘무돌 토큰’은 게임산업법이 금지하는 경품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무한돌격 삼국지는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없게 됐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등급 분류 취소가 결정된 후 P2E 요소를 빼고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L’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해 서비스하고 있다.


P2E 악용 사례

대표적으로는 루나, 테라 사태를 들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등장하고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건 중 하나다.

P2E 역시 각종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단순 금전거래뿐만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게임법, 세금 문제, 외환법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혜진 세명대 교수의 논문 ‘P2E 내 NFT를 이용한 범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직 게임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범죄유형에 대해서는 예방대책이나 안전망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킹은 P2E 게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범죄의 예다. 지난해 3월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만든 엑시인피니티가 7700억 원 규모의 해킹을 당했다. 엑시 인피니티의 모회사 스카이마비스의 자사 사이드체인인 ‘로닌’에서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시스템인 브리지 서비스를 공격, 대량의 가상자산이 탈취됐다.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채굴의 한계가 없어 훨씬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스카이마비스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엑시 인피니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자 폭증에 따른 속도 개선과 수수료 절감을 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로닌’을 채택했다.

자금세탁이나 탈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보았던 로닌의 해킹 사건은 북한의 라자루스 해킹그룹이 연루됐다고 보고 있고, 블록체인 보안업체 펙실드(Peck Shield)는 탈취된 자금의 22%가 토네이도 캐시로 세탁됐으며 41%의 자금은 3개의 신규 지갑으로 나눠 이체됐다고 알렸다. 토네이도 캐시는 익명성 보장을 목표로 하는 가상자산 프로토콜이다. 가상자산을 수신하는 지갑 주소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가상자산 범죄에 악용됐다.

P2E는 사행성이나 저작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김태현 기자)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김태현 기자)

게임업계·학회 갈등

앞서 언급했듯 P2E라는 새로운 개념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한국이나 미국·유럽에서는 P2E에 대한 퇴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P2E로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로 인해 해킹까지 일어나고 있어 피해가 적지 않다. 

사실 동남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시급이나 급여가 낮아 버는 돈도 적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는 P2E가 ‘괜찮은 돈벌이 수단’인 셈이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므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회의 견해는 게이머들과 일치한다. P2E가 게임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의견이다. 작품성과 게임성 없는 사행성 타이틀이 대부분이며 실수익에 대해 보장받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을 비롯해 P2E 역시 게이머와 게임 산업을 위해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위메이드는 국내 P2E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다. 위 학회장은 지난 10일 ‘위믹스(WEMIX) 사태와 관련,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냈고, 위믹스는 이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더리포트 DB)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더리포트 DB)

김남국 의원의 코인게이트 논란을 시작으로 이와 관련된 넷마블의 마브렉스와 위메이드의 위믹스 등은 거듭 해명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진상조사단까지 꾸려 위메이드 방문했다. 빗썸 등 거래소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P2E 합법화 관련 로비가 있었는지, 국회를 출입한 업계 인사는 있었는지 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검찰도 움직였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클레이스왑 운영사 오지스를 압수수색했다. 오지스는 코인 예치·교환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다. 검찰은 김 의원의 코인 투자자금 출처와 자금 흐름 등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현재 학회와 업계의 대립은 지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P2E법 발의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의 불씨가 지펴졌다. 

김태현 기자 kth2617@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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