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KT가 스스로 옭아맨 ‘구현모발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른바 ‘쪼개기 기부’를 비롯해 ‘상품권깡 비자금 조성’ ‘친형 회사 에어플러그 인수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구 대표가 최근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된 탓이다. KT 지분 10.0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후보 경선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 내외부 인사 후보와 경쟁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최근 KT가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특별한 이유 없이 연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한 달 전 구 대표 본인이 직접 연임 도전을 선언하던 자신감 있는 모습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구 대표가 연임하면 임기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부터 2026년 3월까지다. 주총 전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상 연말에 하던 정기인사도 이유 없이 미뤄지고 있다.

구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매입한 상품권을 되팔아 약 11억5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여야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쪼개기 기부’를 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업무상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구 대표 취임 직후인 2020년 당시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10%를 5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현대차그룹이 구 대표의 친형인 구준모 대표의 회사 에어플러그를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KT 새노조는 “KT이사회가 회삿돈 횡령과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범법자, 구현모 사장의 연임 적격 결정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KT 내부 비판과 시민사회의 우려, 국민기업의 ESG경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모두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약탈경제반대행동·참여연대·KT새노조 등의 시민 사회단체는 “구 대표에 대한 재판을 신속하게 판결해 엄벌에 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2018년 정관변경과 이사보수한도액 승인 반대’ ‘2020년 표현명 이사의 선임 반대’ 등 KT의 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도 대부분 원안이 통과된 만큼 이번에도 구 대표의 연임 확정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회사 자금 횡령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구 대표가 이사회 운영 규정상 연임 우선 심사제도를 통해 손쉽게 연임 후보로 추대됐다”고 비판했다. KT의 연임 우선 심사제도로 인한 구 대표의 ‘셀프연임’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KT 이사회 운영 규정 중 ‘이사회는 대표이사 선임에 있어서 현직 대표이사에 대한 연임 우선 심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정관으로 그동안 기존 대표이사 임기 종료 시 해당 연임 우선 조항을 통해 연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광화문 KT 사옥. KT 제공
광화문 KT 사옥. KT 제공

남중수·이석채 전 대표이사 셀프연임 직후 개인 비리 구속 등 사법처리가 진행으로 불명예 퇴진, 황창규 전 대표이사 퇴임 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관련 630만 달러의 과징금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등 법적 이슈가 진행 중이라는 구체적 사례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회사 자금 횡령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구 대표는 이사회 운영 규정상 연임 우선 심사제도를 통해 손쉽게 연임 후보로 추대됐지만, 역시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관련 주주대표소송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정식 선임 절차인 주주총회 전부터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구현모 발(發) 리스크’는 KT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해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28억 원으로 통신3사 중 꼴찌다. SK텔레콤 2651억 원, LG유플러스는 2591억 원으로 KT보다 500억 원 이상 많았다.

정부가 5G 중간 요금제 확대를 언급하며 물가 관리 측면에서 통신사업자의 희생을 일정 부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KT는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안타 증권 관계자는 섹터 투자 의견에서도 “KT의 CEO 임명 관련 노이즈가 지속되는 점”을 지적하며 SK텔레콤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LG유플러스·KT) 브랜드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에서 꼴찌는 KT의 몫이었다. 소비자들의 활동 빅데이터 기반 지수별 평가에서 ▲미디어지수 15만8984 ▲소통지수 22만4191 ▲커뮤니티지수 58만7856▲사회공헌지수 7만746 ▲ESG지수 11만4133 ▲CEO지수 3만6551 등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CEO지수는 LG유플러스 23만5720, SK텔레콤 25만4057보다 20% 수준도 미치지 못했다. 이외 대부분의 지수도 모두 2~3배 이상 격차가 났다. 연임을 앞둔 구 대표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류상우 기자 ryu@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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