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혐의 적용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보강 조사 필요해 제외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19일 0시 40분께 배임과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혐의는 제외됐다. 추가적인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이틀째 조사를 이어갔다. 이날 조사도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을 압송했던 당일인 17일 배임·횡령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한 데 이어 이틀째인 18일에는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대북 송금 의혹, 뇌물공여,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그는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진술을 거부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쌍방울 현 재무담당 부장 A 씨에게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전환사채 관련 권리를 보유한 제우스1호투자조합 조합원 출자지분을 임의로 감액해 자신의 지분으로 변경하도록 하는 등 4500억 원 상당을 배임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김 전 회장의 친인척이나 측근 명의의 페이퍼컴퍼니가 나노스 전환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쌍방울 그룹 자금 30억 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이 2018~2019년 계열사 등의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했다는 혐의도 영장에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쌍방울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환전해 북한 고위층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아시아태평양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김 전 회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당시 민경련과 북한 관련 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하는 약정에 합의하고, 지하자원 개발사업 계약에는 쌍방울 그룹 계열사 나노스가 대상자로 지정되면서 희토류 테마주로 쌍방울그룹 장중 주가가 20% 넘게 폭등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을 합의한 대가로 돈을 건넸으며, 이 과정에서 대북 경제협력 사업에 도움을 받은 대가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까지 쌍방울 그룹에서 법인카드, 허위 급여, 법인차량 등 정치자금 3억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중 2억6000만 원이 뇌물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해외 도피 8개월만에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도피 8개월만에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수원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변호인은 "성실하게 조사받기로 했고, 반성하는 뜻에서 영장실질심사 참여를 포기한 것"이라고 불참 의사를 내비췄다.

피고인 측이 불출석할 경우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열리지 않고, 영장전담 판사는 이 절차 없이 검찰이 제출한 기록을 검토하게 된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늦어도 이날 오후 늦게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8개월이라는 상당 기간 해외에서 도피를 해왔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에 대해서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주철 기자 jc38@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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