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남북한의 관계 개선과 관련, 한반도의 특수한 환경이 의학적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98호에 ‘통일의학 연구의 미래; 아직 오지 않은 희망을 엿본다’란 글이 눈길을 끌었다. 김신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가 쓴 글이다.

김신곤 교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분단 상황과 환경을 의학적 연구주제로 활용한다면 기념비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레터에 따르면 한반도는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의 오염원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남한 또는 북한 한쪽의 문제는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적·보건의학적 의제다.

예를 들어 남한의 5배로 추산되고 있는 결핵 유병률과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생충 질환이 그 하나다.

북한의 결핵에 관심 갖는 연구자들이 많아질수록 머지않은 미래에 다제내성결핵과 관련된 최고수준의 연구들이 한반도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후진국형 질병 현실이 microbiome, toll-like receptor 등 최신 연구 경향과 만날 때 역설적이게도 선진국형 질환의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김교수는 “좋지 못한 위생 환경, 기생충과 같은 질환들이 자가면역질환이나 아토피성 질환들의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만성질환의 영역 또한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한반도는 매우 독특한 코호트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남북은 유전적으로는 동일하나 70년 이상의 분단을 통해 상당히 다른 환경에 노출돼왔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유전적 동일성을 전제한 환경의 변화가 세대를 넘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할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코호트가 한반도라는 것이다.

김신곤 교수는 “갈라파고스라는 고립된 섬이 현대 과학에 엄청난 영감을 줬던 것처럼 고립돼 있던 북한 주민들과 개방돼 있던 남한 주민들의 비교연구를 남북한의 학자들이 함께 진행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했다.

그 답으로 김 교수는 “환경이 질병의 양상에 미친 영향, 후생유전학 등 관련된 병인, 치료에 있어서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 다양한 연구주제에 대해서 남북한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면 전세계에 울림과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들이 출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신곤 교수는 70년 이상을 상호간의 증오로 대립했던 집단이 그 갈등구조를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정신건강의학에서도 중요한 연구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분단이라는 과거의 비극적 유산이 미래의 희망적 자산이 되는 유쾌한 상상을 하지만 아직은 미래의 건강한 한반도를 꿈꾸며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적다”며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던 통일의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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