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육종기술로 새로 태어난 배롱나무 ‘루비비비드‘.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더리포트] 백일홍처럼 오래 꽃을 피워 백일홍나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가 방사선육종기술로 새로 태어났다. 원자력연구원이 만든 배롱나무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전망이다.

28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에 따르면 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실이 배롱나무 품종 ‘루비비비드’, ‘루비인텐스’, ‘로시스위티’, ‘로시러블리’, ‘체리다즐링’을 개발했다. 이어 품종보호권을 종묘·조경 전문기업인 ㈜우리씨드(대표 박공영)에 이전하는 기술실시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우리씨드는 내년부터 협력업체인 네덜란드 플랜팁(Plantipp BV)사와 3년간 현지 재배시험을 거친 후, 로열티를 받고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은 국산 품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코로나19로 힘든 기업 상황을 고려해, 정액기술료 없이 품종을 보급하고, 이후 해외 로열티의 50%, 국내 매출액의 3%를 기술료로 받을 예정이다. 배롱나무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기도농업기술원의 국산 장미 품종의 경우 2014년 기준 2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거뒀다.

배롱나무는 5~6m 크기로 여름철에 개화해 초가을까지 화려한 꽃을 피우면서, 수피가 매끈해 정원수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수목의 크기가 커 분화용이나 울타리 정원용으로는 활용이 어려웠다.

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실은 방사선육종기술을 이용해 배롱나무 재래종 종자에 감마선을 100에서 200Gy(그레이) 조사해 크기가 작은 ‘루비비비드’, ‘루비인텐스’, ‘로시스위티’ 및 ‘로시러블리’ 4개 품종과 잎이 짙은 자색을 띄어 관상 가치가 높은 ‘체리다즐링’ 1개 품종을 개발했다.

방사선육종기술은 식물 종자나 묘목에 방사선을 쪼여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발한 뒤 우수한 형질의 개체를 선발하고 유전적인 안정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변형기술(GMO)와 달리 빛과 유사한 방사선으로 돌연변이 발생 빈도를 높이는 기술로, 오랜 기간 안전성이 입증됐다. 현재 벼, 콩 등의 식량 뿐 아니라 국화, 장미 등 화훼작물의 개량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또한 벼, 콩, 무궁화 등 신품종 30여개를 자체 개발해 보급했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품종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수요에 맞춰 식재할 수 있다. ‘루비비비드’는 5년생 기준 50㎝ 크기로 가장 작으면서 적자색의 꽃과 단풍이 짙게 든다. ‘루비인텐스’는 75㎝ 높이로 적자색 꽃을 피우지만 종자가 거의 맺히지 않는 특성이 있다. ‘로시스위티’는 루비비비드처럼 작고 적자색 꽃이 피지만 가지가 넓게 늘어지는 수양성의 특성을 갖는다. ‘로시러블리’는 분홍색 꽃이 피면서 로시스위티처럼 가지가 넓게 늘어진다. ‘체리다즐링’은 나머지 4개 품종과 달리 재래종 본연의 큰 크기를 유지하면서 자주색 꽃과 짙은 자색의 잎을 갖고 있어 관상용으로 뛰어나다.

배롱나무 품종보호권을 이전받는 ㈜우리씨드는 원자력연구원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방사선육종 개발품종의 품종보호권을 갖고 있는 전문기업이다. 연구원은 ㈜우리씨드가 방사선육종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7개국에 품종을 수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50개국에 종자를 공급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이번 기술이전을 추진하게 됐다.

내년부터 해외 시험재배를 진행할 플랜팁사 역시 전 세계 대륙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육종 특허권 관리 전문 기업으로, 35개국 450품종 이상에 대한 시험재배, 품종 판촉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진백 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실장은 “배롱나무를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 보급해 국내 화훼 농업의 선진화를 지원하고 방사선육종기술 성과 확산에 앞장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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